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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문심(文心)’이 아니라 ‘민심’을 보아야

안순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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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03 16: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안순택 논설실장

올해 초 대전의 한 정치인에게 물었습니다. “지방선거의 흐름이 어떠하리라 보십니까?” 정치인은 한마디로 잘라 말하더군요. “문재인 선거지.”

“지방선거는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곤 한다오. 이번 선거가 그런 경우인데, 문 대통령 당선 1년이 되는 거라. 아마 대통령 지지율은 높게 유지되고 있을 테고, 여당 후보, 특히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가 유리할 거요. 그러니 문재인 선거랄 밖에. 아마 후보들 너도나도 측근이라고 내세우겠지.”

“아니, 그래도 명색이 지방선거 선거인데 지방 이슈는요?”

정치인은 한참을 웃다가 대답하더군요.

“언제는 그런 게 있기는 했는감?”

지방선거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금 선거판의 흐름은 ‘유감스럽게도’ 이 정치인의 말대로 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방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 지방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유독 지방자치와 동떨어진 느낌입니다.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에도 지방분권이나 풀뿌리민주주의 같은 지방자치와 관련한 의제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가려진 데다 중앙 정치권이 정쟁에 휩싸이면서 지역 민생 의제는 잊혀진 듯합니다. 중앙 정치의 정쟁 이슈가 지방선거판을 삼켜버린 모양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만 들립니다. ‘문심(文心)’ ‘친문(親文)’을 자랑하는 소리만 들립니다. 압니다. 1등만 선택되는 선거에서 이기려면 가능한 방법은 총동원해야 하고, 잡을 수 있는 끈은 잡아야 합니다. 인기 있는 대통령 같은 끈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지난달 말 86.1%(한국사회여론연구소)로 치솟았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덕분이라고 하지만 작년 취임 직후 89.4% 이후 최고치라고 합니다. 이만큼 튼튼한 동아줄 같은 끈도 드물 것입니다.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할 만합니다.

대통령뿐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중앙정치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많은 후보들이 대통령이나 정당 고위층 같은 중앙정치와의 인맥이나 관계를 자랑하는 이유입니다. 유권자들도 튼튼한 끈이 있다고 자랑하는 후보는 다시 보아줍니다. 지역 현안을 중앙정치의 힘을 빌려 해결해 보려는 마음일 것입니다. 표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이 구애하는 만큼 중앙은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회의가 듭니다. 지방선거가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지만, 지역자치 이슈를 다 덮어버리는 게 옳은 현상일까요. 남북정상회담이 중요한 의제이긴 하나 지방선거의 취지 또한 무시되어선 안 되는 거 아닐까요.

대전만 해도 현안이 적지 않습니다. 도시철도 2호선, 호남선KTX 서대전역 경유, 도안호수공원, 월평공원 매봉공원 아파트화, 유성복합터미널 문제 등은 시민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어떤 결정의 하느냐에 따라 인근 집값을 높일 수도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라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합니다. 토론을 보고 시민들이 이익을 따져 호주머니에 단돈 10원이라도 더 벌어줄 수 있는 사람을 시장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세종의 현안은, 충북의 현안은, 충남의 현안은 무엇인가. 주민의 삶의 질은 어떻게 높일 것인가, 충청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의제들은 어느 선거에서 끄집어내고 논의돼야 합니까.

여야 중앙당도 최대한 간섭을 줄여야 합니다, 큰물이 작은 물더러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다 보면 을축갑자(乙丑甲子)로 꼬이기 십상이고, 치명적으로 지방의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게 됩니다.

지방 일꾼이 되겠다고 출마한 후보들은 ‘문심’을 접으십시오. 여야 모두 중앙의 목소리는 접어두기 바랍니다. 중앙정치의 ‘끈’을 강조하기보다 외려 중앙에 대고 큰 소리 치십시오. 지역 정서를 지역민 대신 전해 주십시오. 후보들을 승리로 이끌어 주는 건 중앙의 의중이 아닙니다. 이곳 바닥의 ‘민심(民心)’입니다.

안순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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