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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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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8.10 18: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이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기반을 잡고 활동하던 50대 고교동창생 10여명이 모처럼 날을 잡아 고교때 스승님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제자가 스승께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요즘은 어떻게 소일(消日) 하십니까”. 그러자 선생님께서 정색을 하시며 “이사람아 소일이 뭔가 소일이… 소일은 하는일 없이 세월을 보낸다는 뜻이야. 나는 소일은 안하네, 석음(惜陰)을 하지, 자네 석음이 뭔지는 알겠지” 제자들이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못하자 선생님은 혀를 차며 “석음은 세월이 헛되이 지나감을 애석하게 여겨 시간을 아껴서 보낸다는 뜻이야. 그러니 자네들도 절대 ‘소일’하지 말고 ‘석음’을 하게 나는 오히려 퇴직전 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네”

이 제자들은 무심코 던진 말이었겠지만 노(老) 스승으로부터 훌륭한 가르침을 다시 받은 만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흔히 강조하는 말이 ‘시간을 아껴 써라’는 말이다. 시간이 곧 금이라고도 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청년에게 시간이 금이라면 이제 남은 날이 많지 않은 70대 노스승에게 있어서는 어떠하겠는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의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보람있게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그 스승은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어떻게 소일 하십니까”라고 물은 제자는 물론 좌중의 다른 제자들도 이제는 “요즘 어떻게 석음하고 계십니까”라고 바꿔 물을 것이요 “예.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대신 “예. 좋은일 찾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으로 바뀌지 않을까. 그러므로 ‘석음’이란 말이 노년을 맞은 이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뜻이라고 해도 그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적다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어색할 것 같다. 따라서 석음이라는 용어를 국어교과서 개편할 때 활용하거나 방송에서 우리말 순화프로그램 등에서 소개함으로서 우리사회에 널리 쓰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계 경제가 아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우리나라 경기도 소위 양극화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별 준비 없이 덜컥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명예퇴직을 당하면 그렇지 않아도 인간 평균수명은 늘어만 가는데 나머지 20년 30년을 보낼일이 참으로 막막하다.

오래사는 일이야 인간으로서 누구나 바라는 바 이지만 그것도 육체와 정신이 건강할 때 얘기다. 게다가 경제적 뒷받침 없이 가난에 찌들어 가며 오래 산다는 것은 거추장스럽고 고역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 삶의 설계는 효율적 시간관리와 미래를 위한 준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 없다.

삶이 갈수록 치열하고 바빠지지 않을 수 없는 이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일해야 하는가 아니면 촌음을 아껴써야 하는가. 소일이란 말 그대로 시간을 매일매일 소비하는 것이다. 빈둥거리며 하루하루를 때우는 것이다. 아무일도 하지 않고 그저 놀고 먹으며 지내려니 얼마나 답답한일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석음은 촌음을 아낀다는 말이다.

가야 할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많으니 짧은 시간이 안타깝고 아까울 뿐이다. 흔히 젊은 사람들 입에서 간혹 “너무 심심해. 뭐 좋은 건수 없니”하는데 그야말로 뒤통수가 뜨겁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말이다. 나 스스로 내인생을 탕진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늘어 난다는 것은 젊었을때 그만큼 더 바쁘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심심해 죽겠다느니 좋은 건수 없느냐는 말은 함부로 입에 담을 표현이 아니다. 그저 소일이나 한다는 말은 다 늙어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할 의욕도 사라지고 없을때 땅을 치며 울면서 하는 후회의 말이다. 젊은 시절의 황금같은 시간을 탕진하면 노년에 치러야 할 대가는 비참 그 자체임을 왜 모르는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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