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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새대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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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8.17 18: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간암말기 판정을 받은 50대 남자가 의사로부터 당장 간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가족 중에는 의학적 조건이 맞지 않아 수술을 할 수 없어 여기저기 수소문 하여 간을 기증해줄 사람을 찾았지만 기증자는 적고 대기자는 많아 제대로 순서를 기다린다 해도 6년 이상이 걸리고 그나마도 차례가 올지말지한 형편이었다.

다행히 중국동포와 선이 닿아 불법적 인줄 알지만 많은 돈을 들여 중국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세계 최초로 성공한 장기이식은 1954년 미국에서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 이루어진 신장이식 사례가 있고 우리나라는 이보다 15년 늦은 1969년에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했다.

1992년 이후부터 뇌사자 장기이식이 활성화되었고 2000년부터 ‘장기등 이식에 관한법률’이 시행되고 있으며 이때부터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http://www.konos.go.kr)에서 전담하고 있다.

법률시행 이후 등록된 장기기증 희망자(뇌사 또는 사후기증)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작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며 각막을 기증, 그 영향으로 장기기증 문화가 뿌리를 내려 많은 사람들이 기증을 약속했다. 기증 동기도 90년대까지는 금전적 보상을 바라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다수가 순수한 뜻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실제로 장기기증 건수는 수요에 비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스페인에선 교통사고나 병으로 뇌사자가 생기면 의료진은 곧바로 장기이식수술 채비부터 한다. 뇌사자가 평소에 장기기증의사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가족이나 친척에게 이식술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

유족이 없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는다.

2000년에 공포된 왕령(王令)에 따라 생전에 장기기증을 명백히 거부하지 않았으면 기증하겠다는 뜻으로 간주한다.

스페인 인구는 4300만명쯤으로 우리보다 다소 적지만 재작년 뇌사자 장기기증은 1400여건으로 우리 148건의 10배로 인구 100만명당 35명꼴로 기증해 우리의 3.1명을 압도한다.

그 비결은 장기기증에 관한 왕령뿐 아니라 잠재적 기증자를 가려내고 기증을 장려하는 시스템에 있다. 병원마다 유족을 설득하는 전담의사와 간호사를 활용해 유가족의 80% 이상이 동의한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마지막 생명줄인 장기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1만8천여명에 이른다. 대기자가 가장 많은 장기가 콩팥이고 이어 간, 골수, 각막, 췌장, 심장, 폐이다. 간은 6년, 폐는 4년4개월, 심장은 3년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장기기증을 약속한 사람이 2006년 13만여명에서 작년엔 9만여명으로 줄어든 탓이다. 장기를 기다리다 결국은 목숨을 잃는다.

그러다 보니 암암리 장기의 밀거래가 이루어지고 많은 돈을 들여 중국등지로 원정 이식수술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를 함부로 훼손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시신도 살아있는 사람 못지않게 존중해왔다. 이러한 오랜 관습으로 장기기증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뇌사판정 절차가 까다롭고 병원에서 뇌사자를 찾아내더라도 정부가 지정한 병원으로 순서에 따라 장기가 돌아가기 때문에 병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다.

생체장기를 가족간에 주고받는 경우가 아니면 불법장기 매매를 막는다는 이유로 주는 사람의 재산명세까지 요구한다.

장기를 떼 준 사람들은 보험가입도 쉽지 않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장기기증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의 장기기증 홍보도 중요하지만 ‘장기기증의 날’을 정해 기증을 유도할 수 있는 노력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윤여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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