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석 작가 - 인간인데 결국 인간이 아니다?
[인터뷰] 이재석 작가 - 인간인데 결국 인간이 아니다?
  • 정완영 기자 waneyoung@dailycc.net
  • 승인 2018.08.20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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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미술관 2018 아트랩대전④ 이재석의 '인간의 형상'
이재석 작 인간의 형상(acrylic on canvas 116.9x91cm 2018).
이재석 작 인간의 형상(acrylic on canvas 116.9x91cm 2018).
아트랩 대전(ARTLAB DAEJEON)은 이응노미술관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지난해 이어 올해 오완석, 이선희, 권영성, 이재석, 이윤희, 이상균 등 6명의 작가를 뽑아 5월부터 10월까지 전시공간을 마련해 준다. 회화, 조소, 사진, 영상, 미디어 퍼포먼스 등 시각예술분야에 실험적인 작업에 열정있는 작가들을 지원한다. 젊고 창의적인 작가들에게 예술인으로서 경력에 발판이 될 것이다. 앞으로 전시를 시작하는 6명의 작가를 만나 작품세계를 들었다.<편집자주>

[충청신문=대전] 정완영 기자 = "모든 것을 분해해 재배열 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처음에는 총기였고, 다음은 사람의 몸. 쓸모없는 것에서 생각을 풀어내면 사물도 인간도 자연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작가 이재석이 주목하는 것은 주로 인간의 신체인데, 처음부터 그가 인체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작업노트를 통해 처음 분해된 대상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총기’였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군 복무 시기에 작가가 처음 접했던 총을 접하고 흥미를 느꼈다. 총은 그에게 기능적인 면보다 조형적인 면, 즉 부피감과 무게감을 가진 매스(mass)의 집합체로서 인식됐다.

이재석은 목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수료했다.

2017년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 그룹전을 가졌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던 아시아프(ASYAAF)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그가 2017년에 제작한 'Instruction Manual'은 두 개의 캔버스로 구성된 작품이다.

한 캔버스는 총기를 분해한 부품을 나열한듯한 형태를 하고 있는 반면, 다른 쪽 캔버스는 신체의 일부를 떠올리게 하는 유기적인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

군 복무 시절 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체의 일부를 해체해 조형화 하고 병치시킨 것이다.

이는 'Fragment'(2016)와도 연관성을 가지는데, 이 그림에서는 사람의 살덩어리를 연상시키는 인체의 각 부분이 정렬돼있다.

이재석은 군 병원에 입원해 누워있는 동안 오와 열을 맞춰 그 곳에 함께 나란히 누워있는 각 개인이 ‘정렬된 신체덩어리’ 같다고 느낀 것이다.

이처럼 2016년부터 2017년에 걸쳐 제작된 작품들은 총기와 인체 같은 대상을 조형적 구성요소로 환원하려는 시도의 일부다.

이는 최근으로 오면서 화면에 원뿔이나 구, 육각형 같은 기본적인 기하학 도형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나타난다.

2018년 아트랩대전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도 이와 같은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뇌풀기’는 이러한 시도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처음에 12개의 작품에 이번 전시를 맞아 4개를 추가해 16개의 작품이 시리즈로 연작을 이루고 있다.

그림에 표현된 쇠파이프, 배관의 접합부 같은 형태는 작품이 흑백으로 표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차갑고 단단한 성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 갈지 잘 모른다는 답이다. '뇌풀기'를 잘하면 더 많은 작품을 붙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물을 기본적인 조형요소로 환원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미 1910년대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Severinovich Malevich, 1878~1935)의 러시아 절대주의(Suprematism)에서 한차례 발견된다.

말레비치에게 있어 기하학적인 도형들은 당시 산업기술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에 영향을 받은 새로운 예술표현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재석은 이에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더해, 살덩어리 같은 유기체적 형상을 동시에 표현해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근작인 '인간의 형상'(2018)은 인간의 신체임이 명백한 마네킹의 상반신과 산, 나무, 구, 육면체와 부스러진 돌의 형상들이 더해져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신체이면서도 신체가 아닌 것, 즉 해골과 마네킹 같은 소재와 녹색과 빨강 등으로 추상화된 색채는 시각적 현실에 뿌리박힌 관습을 포기할 것을 관람자들에게 요구한다.

이번 작품전에는 한발 더 나아가 분리했던 신체나 총기를 다시 다른 형상물로 쌓아 나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결국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비인간적인' 아니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것을 추구하는데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다.

이재석 작가의 전시는 26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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