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재 사고 때마다 약방의 감초 격으로 등장하는 주요 비상사안이 부각돼 우려를 낳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화재시 일반적으로 천장 근처에 설치된 파이프로부터 물을 자동 분출시켜 건물 화재를 예방하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이와함께 가연성 외장재 또한 인명피해의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9명의 인명을 앗아간 인천 남동공단 화재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에서도 스프링클러와 가연성외장재가 쟁점이 되고 있다.
전자의 경우 1800년경 영국에서 처음 개발된 스프링클러는 줄로 연결된 평형추에 의해 닫혀 있는 여러 개의 밸브가 장치된 파이프로 이루어져 있다.
19세기의 건물에는 수동장치를 주로 사용했으나 최근의 스프링클러 헤드들은 아래 방향으로 물이 분출토록 설계돼있다.
대부분의 스프링클러 시스템은 파이프에 물이 차 있는 습식 헤드를 가지고 있어 얼 위험이 있는 반면 건식 헤드 소화장치는 파이프에 적당한 압력의 공기가 가득 차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공기가 빠져나와 물 공급 밸브를 열게 된다. 이것이 더 개량돼 공기압력 없이도 열감지 장치에 의해 작동되며 극히 위험한 장소에서 사용되는 특별한 유형은 다량분사장치로 많은 양의 물을 빨리 내뿜어준다.
문제는 이 장치가 이번 남동공단 화재사고에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발생시 초기진압장치인 스프링클러가 가동됐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후자인 가연성외장재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된 사안이다.
정부도 지난 4월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 합동으로 소방대응체계와 건축물 안전제도 개혁안을 담은 화재안전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당시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제한하는 한편 화염과 유독가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설계·시공때 방화구획 설치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민간 건물들에 대한 규제 적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연성 내·외장재에 대한 강도 높은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이시점에서 다시 한 번 ‘사후약방문’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이미 일이 다 끝나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 두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것은 미리미리 준비하면 아무 탈이 없다는 ‘유비무환’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대전 및 충청권 대형건물의 안전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긴급 점검이 시급하다는 여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현행법의 미비로 이곳 또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때맞춰 정부는 전국을 대상으로 화재안전 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의 소홀함이 없는지 전면적인 점검에 나서 보완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문제는 건물주의 자발적인 이행준수가 최대 관건이다. 법망이 저촉되지 않거나 눈가림식의 과거 관행이 지속된다면 그야말로 도로아미타불이다. 예컨대 건물주 상당수가 건축물 시공시 경제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사회가 지금 당장 드는 건축비 절감에 치중하다보니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막대한 사회적인 비용에는 무관심하다는 여론이다.
이는 사회 전반에 걸친 도덕적 관념의 붕괴 등이 가져온 결과이다.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사회적 책임을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