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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추석을 뒤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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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9.26 17: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박상권건전사회 시민운동 충북협의회 사무처장
박상권건전사회 시민운동 충북협의회 사무처장

추석이라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 그 의미를 잃은 채 그저 연휴라는 모습으로 변화한 채 지나갔다. 일년 동안 온갖 시련을 다 이겨내고 결실로 맺어진 풍성한 오곡백과를 차려 놓고 조상들을 기리며 친지들과 함께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며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우리의 양속은 언제부터인지 그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추석 연휴 전에 후손들이 모여 조상들의 묘를 깨끗히 다듬는 벌초의 풍습에서 우리는 추석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어렵고 힘든 작업이지만 조상을 생각하며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서로에게 존중하고 감사하는 인정이 넘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의 미풍양속을 경시하고 장묘문화가 변화하면서 과거의 온정 넘치는 시간보다 핵가족화를 넘어 개인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조상의 넋을 기리고 감사하는 기억을 근간으로 하는 추석의 의미는 점점 더 뇌리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비율은 2016년에는 82.7%, 작년에는 84.2%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국토의 면적이 작은 우리의 현실로 볼 때 온갖 산지를 묘소로 만드는 매장보다 화장 문화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매장으로 이루어진 묘소를 후손들이 자기 손으로 벌초를 하지 않고 남에게 대행케 하고, 성묘도 하지 않은 채 추석 연휴를 그저 노는 날로만 생각하며 여행을 떠나고 휴가지에서 제사상을 남이 만든 음식들을 가지고 형식적으로 차리고 우리의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당연한 것처럼 변화하는 현실은 뭔가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을 그저 고리타분한 옛것으로만 치부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어찌보면 보지도 못한 조상에 대해 경배하고 그분들의 넋을 기리라고 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우리의 부모들마저 치매가 와서 곁에서 모실 수 없다고 하고 있음은 물론 온갖 갖가지 이유와 핑계를 앞세워 모시기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 추세가 그러니 요양원 등에 모셔야만 당신들도 편하고 우리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여 삶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언뜻 보면 그럴싸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치매 노인은 2017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72만5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은 당연지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 지금은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부모의 병환들이 우리들에게도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자연의 섭리에 대하여 당장 닥치지 않은 일이라 걱정하지 않고 그저 남의 일로만 보는 것 같다. 

얼마 전 우리는 이산가족의 상봉현장을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자. 내 부모 형제와 70년을 보지 못한 채 그저 그리워하며 보내야 했던 이산가족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가? 그만큼 우리네 선친, 조상들은 무수히 험난한 고비들마다 온몸으로 굳은 의지 하나만 가지고 자식들을 위해 먹을 것 못 먹고 제대로 된 옷 한 벌 못 입고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여 자식을 가르치고 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하였다. 이런 과거지사를 알면서 과거는 나와는 무관하다는 사고는 정말 너무 이기주의적 사고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사람 답게 살고 간다는 것은 누구나 할 것 없는 갈망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지금 사람 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에게 냉정하게 물어보자. 자기만을 생각한 채 부모 형제에게 소홀히 대한 적은 없는가? 며느리는 시부모께 사위는 장인,장모에게 아들, 딸은 부모님께 효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운하게 대한 적은 없는가? 

부모는 누구나 자식만을 위해 희생하며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어떤 누구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내 부모 역시 내가 내 자식을 온갖 무한대 사랑으로 대하듯 그렇게 우리를 보살피고 성장시켰다. 거기엔 이유가 있을 수 없었고 핑계도 없다. ‘평소에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모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봉양하여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헤 드리고, 병환이 나시면 마음으로부터 근심하여 치료에 힘쓰고, 돌아가시면 마음으로부터 슬퍼하고, 제사 때는 부모가 생존에 계시던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마음을 엄숙하게 지녀야 한다’라고 가르치신 공자의 말씀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필요할 때이다.

박상권 건전사회 시민운동 충북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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