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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충남의 스토리텔링 문화산업 제언: 능소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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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0.04 16: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호서대 인문융합대학 교수
이노신호서대 인문융합대학 교수

공학적 기술을 개발하다 보면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이 있음을 알게 된다. 원천기술 개발은 말 그대로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특허출원으로 인정받는 작업이다. 응용기술은 이러한 각종 원천기술들을 원래 그 분야와는 다른 분야일지라도 적용함으로써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국방성의 지원을 받아 군사용 원천기술로 개발된 자동운항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현재는 민간인 차량에 응용되어 폭넓게 장착 사용되고 있다. 현대의 외국어 학습 또한 원래 미국의 UDT(수중폭파반)와 같은 외국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각종 요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개발되었다가 민간인 외국어 학습으로 응용 발전하게 되었다. 한국의 현대식 영어 학습 또한 이를 기반으로 한다.

스토리에도 이와 유사하게 원천스토리와 응용스토리가 있다.(여기서 순수 창작스토리는 논외로 한다.) 원천스토리는 이야기의 골격은 갖추고 있으나 그 전개과정이나 결론이 단순하며 뻔하다. 따라서 다수로부터 지속적이며 높은 수준의 인기를 얻기는 어려우며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주로 민간에서 전수되어온 민담이나 전설의 스토리 전개구조가 그렇다. 응용스토리는 이러한 민담 혹은 전설 수준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과 창작능력이 가미되며 훨씬 더 문장이나 내용의 전개구조가 복잡하고 이를 통해 독자 혹은 관객들에게 많은 흥미와 인기를 얻는다. 

천안삼거리에 내려오는 민담인 능소이야기는 원천스토리이며,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응용스토리이다. 사실 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4대 비극인 리어왕, 맥베드, 오셀로, 햄릿과 더불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전히 새롭게 창작한 것이 아니다. 이미 그런 얘기들은 수세기에 걸쳐 유럽 각국에 전해 내려오던 민담 또는 전설이었다. 즉 원천스토리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과 문학적 재능을 사용하여 그러한 세계적인 고전작품들을 만들어 내었다. 

현재에도 전 세계 각국의 공연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들을 공연하고 있으며, 영화계에서도 지금까지 세계적 감독들이 앞 다투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하여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들을 영화로 제작하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특화된 전문 영화감독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그의 셰익스피어 작품 관련 영화들은 세계적인 대박을 쳤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거대한 산업이며 규모의 경제이다. 

이에 비하여 능소이야기는 천안삼거리 주막을 배경으로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선비 박현수와 기생 능소 또는 능소아가씨와의 사랑이야기이다. 마지막 결론부분은 비극적으로 끝나는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반대로 둘이 재회하여 행복하게 잘 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다르게 민담수준의 원천스토리이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의 골격만 겨우 갖추고 있다. “천안삼거리 주막집에 박현수라는 선비가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기위해 도착하였다. 거기에 능소라는 아가씨가 있어서 하룻밤 사랑을 나누었다. 과거를 보고 다시 돌아온 박현수는 능소와 재회하여 잘 살았다.” 이것이 전부이다. 이처럼 내용도 단순할뿐더러 그 분량도 매우 짧다. 사실상 이런 정도의 원천스토리를 가지고는 수준 높은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어쩌면 이것이 천안삼거리 축제가 흥타령 춤 축제로 한정 될 수밖에 없고, 영화나 연극 애니메이션과 같이 보다 수준 높고 다양하며 파급력이 훨씬 광범위한 복합적이며 대규모의 축제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명작 고전작품의 탄생까지는 아니어도 충남도와 대한민국의 문화적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그대로 살리면서 이것을 세계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그동안 거의 희박했다는 것이다. 현대의 스토리텔링산업의 범위와 경제사회적 파급력은 막대하다. 한 편의 잘 만든 영화가 1년간 거둔 수입이 1년 동안 현대자동차가 이룬 매출액과 맞먹는 시대에 살고 있다. 뮤지컬 한 편이 몇 년 동안 공연을 통해 거두어들인 수입이 수조원에 달하기도 한다. 상당히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만화영화는 ‘아니마’라는 별도의 단어로 호칭될 만큼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실 아니마는 영어에서 만화영화를 의미하는 애니메이션의 일본식 약어이다. 굴뚝 없는 청정산업이자 대규모 시설투자도 그렇게 필요 없는 가성비 높고 경제적, 사회문화적 파급력이 지대한 스토리텔링 산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노신 호서대 인문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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