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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피보나치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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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0.09 16:16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변정순음성수필문학회 회장

잘잘한 별이 쏟아진 것 같은 꿩의 비름을 들여다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였다. 어쩌면 다섯 장의 꽃잎과 마늘쫑처럼 생긴 다섯 개의 암술머리가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 왜 하고많은 숫자를 두고 다섯 개 일까? 꽃잎이 한 장이나 석장, 다섯 장, 여덟 장, 열세 장으로 핀 꽃을 보게 되었다. 하나, 둘, 셋도 아니고 일, 삼, 오, 칠의 구성도 아니고, 이, 사, 육, 팔의 구성은 더욱 아닌 꽃잎과 암술머리의 배열이다.

1, 1, 2, 3, 5, 8, 13, 21, 34, 55, 89…. 이처럼 구성되어 있는 수의 배열을 이탈리아 수학자 피보나치가 발견하고 정립한 수열로서 ‘피보나치수열’이라고 한다. 기본수치 1에 1을 더하면 2가 되고 답 2에 앞의 수 1을 더하면 3이 된다. 답 3 앞의 수 2를 더하면 5, 이런 식으로 계속 더해서 답을 구하는 것이 피보나치수열이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학창시절에는 수학만 생각하면 지끈지끈 머리가 아팠고 수학 잘했던 친구들과 수학선생님이 위대해 보였다. 그 시절 어려웠던 수학시간을 이처럼 자연과 접목시켜서 공부를 했더라면 훨씬 이해가 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우쭐해졌다.

1+1=2 1+2=3 2+3=5 3+5=8 5+8=13 8+13=21 13+21=34 21+34=55 34+55=89

일찍이 피었다 져버린 꽃 중 나팔꽃은 통으로 한 장의 꽃잎이었고, 붓꽃은 3장으로 이루어졌다. 코스모스꽃잎은 여덟 장, 저만치 담 밑에 피어난 에키네시아의 꽃잎은 13장이 피었다. 대부분 다섯 장이나 여덟 장의 꽃잎을 가지고 있다. 한 포기 우뚝 선 해바라기의 씨방도 들여다보니 완벽한 이중 나선 회오리 구조로 된 피보나치수열로 구성되었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도는 두 가지 나선이 있다. 씨앗이 완전히 여물면 세어볼 참이다. 

화분에 심겨진 동그란 선인장도 정수리 방향으로 보면 해바라기의 씨앗처럼 양방향 회오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꽃차례가 이 같이 구성되어 있어 완벽한 아름다움이 나타나는 것 같다. 다섯 장, 여덟 장의 꽃잎을 가진 꽃들이 마구 섞여있어도 어지럽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이 표현되는 것은 피보나치수열의 마력 같다. 큰 수치의 수열에서 위의 수를 아래 숫자로 나누게 되면 1.6181818…이 나온다. 피라미드의 숨겨진 아름다움인 황금분할 비율이1.618인데 우리 눈에 가장 편안한 아름다움을 주는 구성 비율이라고 한다.

마당에 굴러다니는 솔방울을 주워서 자세히 보았다. 한쪽으로는 8개의 나선이 나타나고 다른 방향으론 13개의 나선으로 되어있다. 다른 나무의 잎새도 한 장 씩 어긋나기도 하고 두 장씩 마주나기도 하고 석 장이나 다섯 장씩 돌려나기도 했다. 울 안에 있는 벚나무도 두 번 회전하면서 다섯 개의 잎이 나왔다. 나무 밑에서 가지를 올려다보면 우회전 회오리를 이루고 배치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나뭇가지가 제멋대로 삐죽삐죽 뻗어 나간 것 같지만 한 가지도 겹쳐지지 않고 피보나치수열을 택하여 위에서 아랫부분까지 골고루 햇빛을 받도록 배치함이 위대한 자연의 섭리이리라. 

세상사가 뒤죽박죽인 것도 같지만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것은 이처럼 자연의 숨은 원리 덕분인 것 같다. 아등바등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 것도 완벽한 조화 속에 삶이 속해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피보나치수열의 매력에 빠져 모처럼 한가로이 꽃잎을 세는 휴일을 맞고 있다. 이러다가 꿩의 비름에서 눈을 떼지 못 하는 건 아니겠지.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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