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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티 내는 사람보다 태(態) 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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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2.20 15: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상균다트기획 대표·전)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
김상균다트기획 대표·전)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

건널목을 건너는 할머니가 있다.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걷는 할머니는 속도도 느리다.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만 바쁘게 건너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 모습을 본 어느 사람이 할머니를 돕는다. 짐도 들어드리고 신호가 바뀌어 움직이려하는 차량들을 수신호로 제재하며 무사히 건널목을 건너게 해 드린다.

웃으며 감사의 표정을 짓는 할머니를 뒤로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그 사람의 머리를 스친다. “나는 할머니를 위해서 도와드린 것이다. 아니다 저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치면 내 마음이 불편하기에,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행한 일이니까 결국 나를 위해 한 일이다” 독자들은 어느 쪽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지 궁금하다.

든사람-난사람-된사람. 어린 시절 도덕 시간에 배웠던 사람의 유형이다.

학식이 풍부하여 머리에 지식이 많은 사람을 ‘든사람’이라 하고, 출세하여 세상에 이름이 많이 알려진 사람을 ‘난사람’, 인격이 좋아 남에게 존경 받는 사람을 ‘된사람’이라고 한다.

이 유형을 배우고부터 꽤 많은 순간순간 생각을 해왔다. 나는 어떤 유형을 지향하였고 성장해 왔는가? 물론 무 자르듯 뚜렷한 구분을 짓기가 어렵고 상당부분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 어느 하나에 속하지 못하지만 이왕이면 세 가지 유형에 다 속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무거운 짐을 들고 건너던 할머니를 도운 사람은 세 가지 유형 중 어느 쪽에 속할까? 순수하게 그 할머니가 안쓰러워서 도왔다면 ‘된사람’. 그냥 스쳐 지나가면 내 마음이 불편하니까, 내 마음을 위해서 도운 사람은 ‘든사람’. 내가 돕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할머니를 도운 사람은 ‘난사람’.

다소 억지스럽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 느꼈던 분류 결과이니까 최우선 순위는 ‘된사람’이었고, ‘든사람’, ‘난사람’ 순이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 순위에 많은 혼선이 온다. 물질 만능주의와 자기 PR시대에 ‘된사람’을 지향한 다는 것이 모순이기도 하고 “결국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자”라는 말에 공감하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부도덕함을 넘기기도 한다.

자기애가 지나쳐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고 과정이야 어떻든 원하는 결과만을 취하면 그뿐인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말이다.

다행인 것은 타고난 천성은 어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다”, “그래도 세상은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많다” 등등. 아직까지 이런 말을 하고 다니고 있고, 실제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사진 찍히는 걸 굳이 사양하고 소리 없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들도 많고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들 또한 많으니까 말이다.

21세기로 넘어가는 즈음부터 클래식 기획사를 운영했다.

간혹 클래식 공연 기획과 예술 행정에 종사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찾아오곤 한다. 물론 지금은 거의 자식뻘, 제자뻘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필자는 똑 같은 질문을 한다.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니...?” 대답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기획자라는 겉모습에 매료되어서 현실을 뒤로 한 채 멋(?) 있고 티 나는 일이 아닌가 싶은 허상에 빠져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기에, 걸러내고 직언해 주기 위한 질문이다.

단순히 월급을 받고 먹고 살고자하는 직장을 구하고 남들 보기에 뻔지르르한 기획자의 티를 내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서 말렸다.

더러 정말 이 일이 좋아서, 돈 보다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 몇몇이 함께 손을 맞춘 적이 있다. 그 친구들에게 필자가 보여 준 것은 예술에 대한 가치였고, 봉사와 사명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공공성이었다.

월급이 얼마인 지, 주던 안 주던 중요하지 않았고 밤을 새워 일을 해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던 친구들이기에 안정된 직장으로 옮겨 탈 수 있었다고 본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럴 수는 없지만 공공성이 있는 일을 하는 이들은 사명감과 희생이 있어야 한다. 티를 내는 사람보다 태(態)가 나는 사람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된사람’을 우선으로 한다.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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