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30분께 대전에서 경기도 이천으로 향하는 '시외버스'에 탑승했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기사가 버스 출입구 계단으로 올라서면서 "안전벨트 착용 부탁드립니다"고 안내했다. 뒷좌석에 앉은 한 승객은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 시청에 몰두했다. 기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눈치였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모든 좌석의 동승자에게 안전띠를 매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형식적인 안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좌석 등받이에 붙여진 '안전띠는 우리의 생명을 지킵니다'라는 스티커는 반쯤 떨어진 채 덜렁거리고 있었다.
전체 운행거리의 60%를 고속도로로 달리는 '고속버스'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기사는 승객들 티켓만 확인한 후 출발시간에 맞춰 엑셀을 밟았다. 탑승한 승객 18명 중 대부분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는 도로 위를 달렸다. 터미널에서 만난 김모씨(29·여)는 "수원에 친구들이 있어서 자주 올라가는데 제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전벨트 착용 고지를 한 기사는 거의 못 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기사들이 출발하기 전에 안전벨트 착용에 대해서 정확히 고지를 하고 방송으로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공기관도 아닌데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면서 "자세한 내용을 알려드리긴 어렵고 궁금한 게 있으면 본사에 문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버스를 세워서 단속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사실상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고속도로 한복판에 세워서 단속하기가 쉽지 않고 승객들 불평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에 발표한 '교통문화지수'를 보면 현장 관측을 통해 점검한 8만5150대의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은 32.6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