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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부모는 화가다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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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9.16 17: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요즘 뉴스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흐뭇한 기사보다는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막힌 듯한 답답함과 함께 한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사건 사고 기사가 많은 것을 느낀다. 그중 자식이 부모를 경제적 이유 때문에 살인하는 뉴스부터, 부모 또한 어린 자식을 폭력으로 사망하게 하고 내다 버리기도 하는 천륜이 깨지는 듯한 뉴스가 보도되는 것을 본다.

문득 부모는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얀 도화지에 수채화를 그리든 유화를 그리든, 부모 성향에 따라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품이 완성된다. 자식이라는 미술재료로 그려진 그림은 너무나도 개성있는 다양한 모습으로 정성스럽게 탄생한다. 자식 교육만큼은 정해진 왕도와 확실한 정답이 없다고 한다.

우리가 갖추고 있어야 할 수많은 자격증 중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자격증일지도 모르는 부모 자격증! 어떤 자격증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강의를 듣고 실습하는 과정을 거쳐 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도 있고, 몇 번의 연습만을 통해 비교적 쉽게 따는 자격증도 있다. 그런데 종종 우리는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증과 필요한 것들은 전혀 준비하지 않은 채 자식을 낳고, 감정 닿는 대로 자식을 함부로 키우기도 한다.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부모의 헌신이나 사랑보다 이기심이 작용한 자식훈육은 때때로 자식을 불행으로 내몰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자식을 짐으로 생각하여 자식폭력을 일삼기도 하고 내다 버리기도 하는 비 인륜적인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는 것 이다. 어쩌면 점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인간성이 상실되고 인륜이 무너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온 힘을 다해 헌신적으로 자식을 뒷바라지해도 무슨 일이 안 풀릴 때 부모를 원망하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 정신적으로 방임 상태로 교육을 시켜도 부모를 최고로 존경하며 받드는 효심 있는 자식도 있다. 나름대로 부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자식교육에 자신 있게 생각하는 사람도 자식을 이론적로만 키워 자식을 실패로 내몰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부모의 역할에 자식은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부모가 자식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말고 부모와 동등한 인격체로 자식의 눈높이에서 항상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결정의 순간이 있을 때 마다 최종적인 선택은 자식이 하도록 도와주되, 진행 과정상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작업은 부모가 할 일이다.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에도 힘껏 칭찬해주고,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도전에 실패 했을 때, 운이 나빠서 재수가 없어서 등등의 표현으로 자식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실패를 자식 무능의 원인으로 돌려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부모의 기획 상품으로 생각하지 말고, 자녀의 생긴 그대로를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실패라는 소나기를 맞아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우산을 펼치고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정신적인 여유와 넉넉함을 가르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도전은 값진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부모라면, 그 부모는 진심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부모라고 생각된다. “실패를 하면서도 계속 시도하고 경험하면서 터득하게 되는 것이 人生”인 것을 가르쳐주는 부모야말로 진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힘겹게 그림을 완성한 훌륭한 화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자식이라는 붓을 가지고 아름답고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부모라는 이름의 화가는 때로는 명화를 남기고 싶어할 수도 있다. 혼신을 다해 그려진 작품의 가치를 누군가 함부로 평가하고 측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그야말로 가치있는 명화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는 그림일지라도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면 그 작품은 모든 사람의 사랑과 공감을 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키워진 우리의 자식들은 당당하게 그 역할을 다 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식을 사랑하고, 부모의 체면을 앞세우기 보다는 진정으로 자식의 행복만을 위하는 희생적인 부모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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