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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집… 또 다시 혼자가 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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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4.20 19:26
  • 기자명 By. 뉴스관리자 기자
시골지역 학생수 부족·이용률 저조 이유 국비 중단

“지역아동센터 전환도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문 닫는다”

부여에 사는 중학생 영환이(가명·15)는 요즘 학교가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하다. 작년까지는 동네교회에 있는 공부방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숙제와 공부도 함께했었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공부방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모두 직장에 나가셔서 낮시간에는 집에 혼자 있어야 하고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학원도 다니기 힘든 영환이는 텅 빈 집에서 혼자 숙제를 한다.

“예전에는 형들이 와서 숙제도 도와주고 수학도 가르쳐주고 했는데, 이제 혼자하려니 어렵다. 그리고 친구들 만나고 싶으면 공부방에 가면 됐었는데 이제 각자 불러내야 한다.”

부여군에는 작년까지 5곳의 공부방이 운영중이었는데, 올해 들어 국비와 군비 지원이 끊기고 이용률 부진 등으로 인해 4곳이 문을 닫고 한 곳은 청소년 수련실로 전환됐다.

부여군의 문제만은 아니다. 충남지역의 21개 공부방 중 올해 문을 닫은 곳은 무려 11곳, 충북은 37곳 중 3곳이 문을 닫았다.

공부방이 폐쇄된 표면적인 이유는 이용률 부진이다. 시골지역이라 학생들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공부방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국 정부의 시책으로 인한 지원비 중단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월 정부는 ‘청소년공부방’운영을 ‘복지예산사업 정비 및 전달체계 개선종합대책’에 따라 지방이관사업으로 결정, 올해 예산 28억 9900만원 전액을 삭감하고 국비지원을 중단했다.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지원이 중단된 공부방은 지속적 예산 지원이 가능한 방과후 지원시설인 청소년 수련시설,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할 것”이라며, “청소년공부방 중 2011년도 지역 수요가 있는 공부방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지역특성에 맞게 예산을 편성, 운영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역아동센터 등으로 전환하던지, 시군에서 각자 지원비를 알아서 하던지 아니면 폐쇄하던지의 3가지 길만이 남아있는 것.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하는 조건은 전용면적 82.5㎡ 이상(20인 미만의 시설은 60㎡ 이상)이여야 하고 사무실, 조리실, 식당, 집단지도실을 구비, 또한 이 공간과 시설은 센터 전용으로만 사용해야한다. 거기에 아동과 청소년 수에 따라 생활복지사 1~2명의 배치가 필수다. 따라서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로 전환을 포기하는 공부방이 부지기수다.

보통 충남·북지역의 공부방에 지원되던 1년 예산은 국비 700만원, 시군비 700만원씩 14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국비가 전액 끊기면서 시군비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상황. 특히 지자체의 예산 운영상황에 따라서 지원비를 최대 1400만원까지 늘린 곳이 있는 반면 아예 지원이 끊긴 곳도 생겨 결국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충남의 경우 부여, 당진, 금산의 8곳 전부가 문을 닫았고 연기는 3곳이 폐쇄, 3곳은 600만원만 지원된다. 아산시는 기존 시군지원비인 700만원, 보령은 1000만원, 서산은 국비까지 부담한 14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줘, 도 전체에서는 기존 21중 10곳만이 운영되고 있다.

충남도 여성가족정책관실의 청소년 담당자는 “운영이 중단된 대부분의 공부방은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용률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지만, 올해 들어 문을 닫은 부여의 한 공부방 관계자는 “시골이긴 하지만 이용하는 학생도 많았고 해서 계속 운영하고 싶었지만, 지원자체가 아예 끊겨버리니 유지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았다”며, “다시 예전만큼이라도 지원이 된다면 당장이라도 다시 문을 열고 싶다”고 주장했다.

다른 공부방들의 사정도 마찬가지. 학생이 없어서 닫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원이 끊기고 아동센터로의 전환도 힘들어 문을 닫았다고 답했다.

사실상 지자체의 예산이 빠듯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하겠다는 정부가 30억도 안되는 재원 때문에 청소년들의 공부방을 문 닫게 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공부방은 따로 자기 방을 갖지 못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독서실 역할을 하고, 자원봉사자가 공부를 도와줘 방과 후에 학원 등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겐 매우 소중한 공간이었다.

이런 공부방이 정부의 현장을 감안하지 않은 일방통행 식의 행정으로 사라지게 된다면, 시설은 열악하지만 집 근처에 있고 돈을 들이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잃어버린 청소년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된다.

/유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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