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원내 교섭단체 3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가 사실상 백지화 됐으나 국회는 11일 오전 20대 국회 정기국회 마지막날 본회의를 열어 비쟁점 법안 등을 우선 처리했다.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올해 9월 충남 아산에서 김민식군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고를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해 10월 민주당 강훈식 의원과 한국당 이명수 의원 등이 대표발의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빠른 입법을 약속한 것을 기점으로 논의에 속도가 붙어 약 2달 만인 이날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현재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중앙펜스 안내표지판과 과속단속 카메라·과속 방지턱 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과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한 운전자 과실로 스쿨존 내부 어린이가 사망했을 경우 징역 3년 이상에서 최대 무기징역을 부과하는 등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 민식이법과 함께 통과된 '하준이법'은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다른 이름으로 지난 2017년 서울랜드 경사진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이 미끄러지며 최하준 군을 덮쳐 사망케 한 사고를 계기로 올해 9월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하준이법은 주차장의 구조와 설비 이외에 경사진 곳에 설치된 주차장의 경우 고임목 설치와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 설치 등의 안전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6개월 미만의 영업정지 또는 300만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지자체장이 주차장의 경사도를 비롯한 안전에 위해가 되는 요소들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안전관리실태조사'도 포함됐다.
이 법안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민식이법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남겨줬지만 같은 날 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선언하며 본회의가 무산돼 발이 묶인 상태였고 하준이법 역시 미뤄지고 있었다.
이에 부모들은 국회를 출퇴근하다시피 하며 의원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법안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민식 군 아버지 김태양씨는 법안이 처리된 직후 "여기까지 힘들게 왔다"며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해지고 다치거나 사망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안전사고 때 응급처치를 의무화한 '해인이법'은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 대상을 확대하는 '태호유찬이법'과 어린이 통학버스 내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담은 '한음이법'은 아직 상임위 계류 중이다.
특히 '태호유찬이법'은 이해당사자 등의 반발로 국회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은 내년 4월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시급한 상황으로 11일부터 열린 임시국회에서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