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2시부터 판매해야 되는데…….”
대전 동구 소재 약국 약사 A씨는 말끝을 흐리며 몰려온 서너 명의 손님에게 마스크를 건넸다.
그는 “구에서 판매시간을 지정했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오후 2시에 방문해주세요”라고 알린 후 마스크 소분 작업을 계속 했다.
무작위 입고로 한 봉지에 5개씩 들어있는 마스크를 받을 때면, 직접 핀셋으로 두 장씩 집어 비닐에 소분작업 해야 한다.
약사는 동구에 권고 받은 대로 오후 2시부터 판매를 시작하기 위해 손놀림을 멈추지 않다가 시선을 의식한 듯 다음 손님에겐 “공적 마스크 판매는 2시 이후부터니 좀 있다 다시 들러주세요”라며 돌려보냈다.
마스크를 사러온 일행은 판매시간이 지정된 사실을 인지한 듯 소곤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시간이 정해진 걸 몰랐다. 다른 곳에 들렀다 시간 맞춰 다시 와야겠다”며 “그래도 시간이 정해졌다니 다음부턴 마스크 입고 전에 방문해 허탕 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구가 대전 자치구 최초로 오늘부터 시행한 ‘공적마스크 약국 판매시간 지정 운영’ 첫 날은
약국을 찾은 구민에게 홍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소득 없이 약국을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약사와 구민들은 공적마스크 5부제와 판매시간 지정으로 “질서가 잡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앞선 지난 11일 동구는 구민들이 원활한 공적 마스크 구매를 할 수 있도록 관내 약국의 마스크 판매시간을 지정 운영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약국마다 다른 공적 마스크 입고 시간에 따라 판매 시간이 일정치 못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민원 발생으로 인한 약 조제 등 약국 본연의 업무 지연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 구는 약국업무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구 자원봉사회 협조를 받아 약국 요청 시 자원봉사자도 지원한다.
약사 B씨는 “이전엔 줄 선 사람들끼리 새치기하기도 했고, 약간의 다툼도 있었는데 혼자 판매 하다 보니 중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구에 요청해 자원봉사자 도움을 1시간 정도 받으니 한결 나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에서 권고하기 전부터 이미 마스크 판매시간을 정해 운영해온 약국도 여럿 있었다.
그들은 동네 약국끼리 협의해 각 약국마다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등으로 시간을 나눠 운영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이 다르고, 몰리는 손님 등으로 구매가 원활하지 못하면 다른 약국으로 손님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해당 약국 약사 C씨는 “5부제가 시행된 이번 주부터 시간을 정해 손님에게 고지했는데, 구에서 일괄적으로 오후 2시부터 판매하라고 해 당황했다”며 “고지 받은 손님들이 내주 오전 11시에 올 것 같아 일단은 하던 대로 운영하고, 추후 오후 2시 판매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