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1일까지 천안시 동남구 만남로에 위치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피상적으로 닮은 듯한 29명의 작가, 60여점의 작품 속에 혼재하는 혼성성을 병치시킴으로써 드러나는 차이를 비교하고, 서로 다른 실험적인 태도에 나타나는 각자의 호흡을 여과 없이 느껴보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댄싱퀸'에 포함된 작품들은 크게 ‘신체의 경험’, ‘공간에 대한 구조적 연구’, ‘내러티브의 해체와 재구성’을 기반으로 한 작업으로 그 주제를 분류할 수 있다.
여성 작가들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발발했던 2세대 여성주의 운동과 미술의 전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이전 세대의 여성주의의 정신을 계승하기도 하고, 좀 더 개인적인 여성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변화한 현실과 조응했다.
이러한 면모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활동했던 여성작가들의 작품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자기 연출의 태도를 기반으로 한 여성의 몸과 자아를 담아낸 박영숙의 초상 작업, 여성의 신체를 작품의 중심으로 위치시켜 한 개인으로서의 주체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정강자, 일상적인 삶의 순간을 창조적인 행위의 원동력으로 삼았던 김순기, 여성으로서의 억압된 삶을 동물의 고통에 은유한 후마 물지의 작업에서 다양한 신체의 경험이 작품 속으로 환기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인간의 ‘내면’을 공간적 기억으로 인식하는 것을 통해 사적인 경험을 건축적이고 구조적으로 도해하는 방식으로써 새로운 추상의 방법론을 구축한 여성 작가들이다. 이들은 내부에 존재하는 예술적 충동에 의해 매개된 사회의 풍경을 다시 그려내며 인간 내부와 외부의 상황이 대립하며 공존하는 비논리적이고도 유기적인 관계에 주목한다.
이러한 방법론은 내면의 심리가 조형적 언어와 묶이고 나뉘는 상황의 레이어를 형성하는 과정이자, 외부의 상황을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공간에 반추해보는 방식으로 해설하는 여성작가 특유의 실험적인 작업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 상태를 추상적 레이어어의 중첩을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접근 방식은 원성원, 이진주, 이지현, 노부코 와타나베, 량만치 등의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내러티브를 재해석함으로써 남성중심적인 서사의 신화를 해체하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자축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회피하는 것이 아닌, 역사를 대면하며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엉키고 손실된 것들과의 대화를 제시한다. 역사 속에 존재하는 균열을 찾아 새로운 이야기로 그 틈을 채워나가려는 태도는 날리니 말라니, 제럴딘 하비에르, 아사미 키요카와, 백현주 등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