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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세계 강대국들의 국가(國歌)에 대하여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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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7.09 14: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18세기 이후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는 약 300년 동안 인류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지구적 차원의 역사 문화적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대변혁을 주도해 오고 있는 몇몇 강대국들이 있다.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나라들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다방면에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월등히 앞서나가며 강력한 주도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국가가 언제나 강대국이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동아시아의 제국으로 군림했던 중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약소국이거나 아예 생겨나지도 못했었다. 미국은 18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신생독립국으로 건국되었다. 영국은 16세기까지 약소국으로서 로마제국의 식민지였거나 프랑스와 스페인의 속국노릇을 했었다. 러시아는 15세기까지 몽골족의 지배와 간섭을 받았으며, 17세기까지도 뚜렷한 존재감이 없었다. 프랑스는 유럽의 전통적인 강국이었으나 1789년 프랑스대혁명 발발을 시작으로 이후 100여 년 동안 엄청난 정치적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 바람에 19세기에는 숙적 영국과 비교해 국력격차가 한 때는 약 100년까지 뒤쳐지는 수모를 당했다. 독일은 1871년에 통일 독일로서 출범하였다. 그전까지는 39개의 크고 작은 나라들로 분열되어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웨덴, 러시아 같은 외세의 계속된 침략과 간섭을 당했었다. 일본은 1853년도에 미국에 의해 강제 개항되었다. 1853년 미국 함대의 개항압력에 굴복하고 이듬해인 1854년도에 개항에 관한 조약을 미국과 체결하였다. 중국 또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일제와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의 온갖 침략에 많은 고통을 당해야만 했었다.

이런 강대국들의 국가(國歌)는 이러한 300여년의 역사적 굴곡 속에서 하나씩 탄생하였다. 특히 이 나라들의 국가(國歌)가 만들어지게 된 직접적 동기와 시대적 배경은 대개 외부적 요인에서 촉발된 크나큰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미국의 국가인 “별이 빛나는 깃발”은 종주국에서 원수로 바뀐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치루는 위기 속에서 제정되었다. 프랑스의 국가인 “마르세유의 노래”(마르세유 의용군가)는 왕정을 타도하고 새롭게 출범한 프랑스 공화국을 못마땅하게 여긴 주변국들의 침략 속에서 만들어졌다. 중국 국가인 “의용군 진행곡”은 일본의 침략에 맞서 전쟁을 치루는 위기 속에서 만들어졌다. 러시아 국가인 “러시아 연방 찬가”는 원래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의 침략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만들어졌던 “소비에트 연방 찬가”를 가사만 바꾼 것이다. 독일의 국가 역시 신성로마제국의 붕괴로 구심점을 잃고 강제로 40개 가까운 나라로 쪼개진 후 외세의 침략에 크게 시달리던 때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강대국들의 국가 노랫말에 사용된 어휘나 표현들은 매우 직설적이며 선명하고 강렬하다. 그것들을 간략히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오만한 원수들의 밤새 퍼붓는 포화 속에서도 아침의 광휘를 받으며 빛나는 성조기”(미국 국가), “원수(외세)들이 우리 처자들의 목을 따러 달려드니, 맞서 싸워 원수들의 피로 대지를 적시자”(프랑스 국가), “(일제의)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으면, 중화민족의 피와 살로 새로운 만리장성을 만들자. 중화민족에 가장 위험한 시기가 왔다.”(중국 국가), “폭풍우 속에서도 자유의 태양은 인민을 비추고, 레닌의 당은 위대한 빛이니 우리를 사회주의의 승리로 이끌어 주리라”(구 소비에트 연방 찬가), “만물위에 군림하는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독일”(독일 국가). 이와 같이, “원수(적)”, “포화”, “피”, “목을 딴다”, “살과 피로 새로운 만리장성을 만들자”, “가장 위험한 시기”, “레닌의 당”, “사회주의 승리”와 같은 어휘들은 그 나라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불러도 당시 조상들이 가졌던 국가적 민족적 위기상황을 그대로 느끼도록 해준다. “소비에트 연방 찬가”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연방 찬가”로 바뀌어 “레닌” “사회주의”가 삭제되고 가사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 독일 국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 2절을 부르는 것은 금지되었으며, 통일과 정의, 자유, 형제애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3절만 공식적으로 부르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과 일본의 국가는 대체로 예외적이다. 내용은 입헌군주제 나라들로서 군주제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군주를 찬양하는 것이 전부이다. 제목부터 영국은 “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이며 일본은 “기미가요(군주의 치세는)”이다. 영국의 국가는 10세기 무렵 에드가 왕 시절에 이미 가사의 내용을 갖추었으며, 18세기에 음악가 헨델(또는 룰리 또는 존 불)이 선율을 다듬으며 곡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일본의 국가는 1880년 독일의 음악가 에케르트가 8~9세기 헤이안 시대에 집필된 일본 전통시의 구절에 선율을 붙여 완성하였다.

이러한 강대국의 국가(國歌)들 가운데, 특히 미국과 러시아, 독일의 국가는 멜로디 선율이 매우 아름답고 웅장하며 위대하고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정말 들어 볼 때마다 가슴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피가 끓어오르며, 가사 내용과 함께 전달되는 위대한 감동에 울컥하는 느낌이 함께 든다. 국가는 노랫말이 너무 고상하거나 완곡하여 국가와 민족의 감정과 열망이 약하게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들에게 의미가 선명하고 쉽게 전달되면서도 선율은 뜨거운 감동과 가슴 깊은 곳에서 애국심이 끓어 올라올 수 있도록 아름답고 화려하며 위대하고 웅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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