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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명소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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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7.19 14: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객원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객원교수
안동 풍산 예천 등의 경상북도 지역은 예로부터 전통문화의 본향이요 영남학파의 고향이다. 따라서 안동인근의 새 건축물들도 전통 한옥 건축과 디자인으로 설계하는 경향이 많다.

경상북도는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며 2016년 3월 안동·예천에서 새로운 도청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고 각고 끝에 탄생한 경북도청 및 의회 신청사 건립은 경북의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는 역사적인 사업이다. 도청 이전 신도시인 안동시 풍천면 검무산자락에 부지 24만5000㎡, 연면적 14만3000㎡에 지상 7층, 지하 2층의 규모로 경북의 전통과 문화를 살려 인텔리전트의 실용적인 청사 건축으로 자리했다.

‘경상북도 신청사’는 한옥 전통기와집의 배치 개념과 형상으로 설계되었다. 그동안 콘크리트 구조물의 전통 한옥 양식으로 건축한 청와대, 국립민속박물관, 독립기념관, 전주시 청사 등의 건축들은 우리에게 친근감으로 다가온다. 현대 기능주의와 한옥 형태의 전통 한옥 건축은 우리의 것을 소중히 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우리나라 단일 최대 전통 건축은 단층 건물로 여수 진남관을 꼽을 수 있다. 2층 건축은 경회루가 가장 큰 규모이며, 최장 건축은 종묘를 꼽는다. 청사 건축으로는 단연 경상북도청사이다. 전통과 문화는 그 시대의 거울이요 흔적이다. 수백 년 전의 형상과 모습을 재현하는 것 또한 기승전결의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마침 ‘경북의 우수농산물 인증브랜드 개발용역’ 평가가 있어 사전에 경상북도청을 방문하여 안내를 받아 세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도민에게 편안한 도정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담은 본청의 안민관(安民館), 도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여민관(與民館)의 도의회, 도민을 이롭게 한다는 뜻을 담은 복지관으로 홍익관(弘益館)이 있다. 그뿐인가 도민과 함께 즐긴다는 다목적공연장인 동락관(同樂館) 등 4개동으로 매스를 이루고 있다. 공공건물에 건축물이 전통 기와지붕으로 이색적이다. 그럼에도 유교문화로 대표되는 경북의 정체성을 살려내 우리나라 공공청사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더욱이 도민과 함께 도청이전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는 '기와 만인소'의 이야기가 귀에 솔깃하다. 지붕재인 기왓장에 도민 일만 명의 이름을 새겨 넣어 도청이전사업을 도민들에게 널리 홍보하고, 자긍심을 고취케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이는 조선시대 많은 선비가 연명으로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인 만인소와는 달리, 도민 모두가 경북의 번영을 소원하고, 도민과의 소통을 확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 신청사는 태양열, 태양광, 지열, 원료전지 등 신생에너지 30%를 사용한다. 또한 에너지 절감을 위하여 조명은 모두 LED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 ‘건축물 에너지 효율 1등급’, ‘친환경 건축물 최우수 등급’, ‘초고속 정보통신 1등급’, ‘지능형 건축물 우수등급’,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우수등급’의 5대 인증을 받은 친환경 공공청사이기도 하다.

본청 앞에 자리한 표지석이 눈에 띈다. 문경산 화강암으로 제작한 폭 3.3m, 높이 2.7m의 표지석에는 박 대통령이 쓴 ‘경상북도청’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어른의 손가락 한마디가 들어가는 깊이로 음각을 해서 1000년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표지석 옆에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이 기념으로 식수 되어 있다. 기념식수에 사용된 흙은 전국 16개 시도와 경상북도 23개 시군의 흙을 모은 것으로 국민 대통합과 도민화합의 의미를 담았다. 이는 경상북도 신청사의 새로운 천년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상북도 신청사를 돌아볼 때 마주한 솟을삼문의 경화문(慶和門)은 경북의 화합을 의미하는 정문으로 목조 결구 방식으로 지은 전통 대문이다. 경화문으로 들어서니 회랑(回廊)이 보인다. 회랑은 원래 건물을 연결하는 기능을 하지만 경상북도 신청사에서는 본래의 기능 외에 장식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회랑은 총 길이 81m로 청사의 전통미를 더욱 높여주어,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떠올리게 한다.

본청인 안민관 앞에는 큰 소나무가 있다. 이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 청사의 마당에는 다양한 조형물, 석등, 담장 등이 있다. 공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가꾸어진 조경이다. 세심원(洗心院)은 경주의 안압지와 유사하게 만든 정원이다. 본청 로비에 들어서니 중앙홀 4층에서 1층까지 길게 연출한 붓과 벼루를 형상화한 대형 조명등이 돋보인다. '선비의 붓'은 경북 4대 정신의 하나인 선비 정신을 형상화 한 것이다. 붓의 길이는 17.5m, 무게는 2.5t이며 총연장이 32㎞가 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좌우에 걸린 한문과 한글로 쓴 대형 서예 작품, 복도 곳곳에 수놓아진 수묵화·화각·도자기·병풍 등이 눈을 사로잡는다. 신청사의 안팎을 둘러보면 전통문화 특히 정신문화를 계승하여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안민관, 여민관, 홍익관, 동락관 등의 건물 이름에도 이러한 정신이 드러나 있다. 결국 신청사는 경북의 혼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사람 중심의 건축물은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이곳을 찾는 민원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전통 한옥의 양식을 적용하여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구현하고자 한 이색적인 관공서 건축물로 주목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적 전통성을 추구한 외관과 어우러져 민원실 이노베이션 프로젝트인 경북도청 도민 사랑방과 신청사 로비 디자인 역시 주변의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라는 장소성을 기반으로 선비정신의 자부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하고 있다. 민원실도 경직되어 있는 업무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따뜻한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경상북도 신청사는 단순한 청사 이전이 아니다. 행정과 문화, 역사와 혼이 함께 옮겨가는 정신의 집합체이다. 전통적 미와 현대적 미가 조화를 이룬 청사로 경제적인 청사의 본이기도 하다. 3052억 원으로 지어진 청사는 대부분 국산 자재를 사용했고 ㎡당 건축단가가 213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신축된 정부세종청사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건축한 셈이다.

관청을 한옥으로 지으면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도 되지만 관광 자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내방하는 국민들에게는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준다. 편안하고 장엄한 한옥 건축물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정신적 결집력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멋과 경북의 얼이 담긴 경북도청 신청사는 건축학을 전공한 ‘탈렙 리파이’ 유엔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으로부터 ‘That’s Korea!(저것이 한국이다)’라는 극찬을 받는 등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공공청사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경상북도 신청사는 단순한 사무공간을 넘는 소통의 종합공간이다. 울타리 없이 경내 곳곳에 배치된 도민의 숲, 대동 마당, 다목적구장 등은 신도시 주민은 물론 도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시설이다. 경상북도 신청사가 도민들의 꿈을 키우며 행복을 가꾸어가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명소가 되리라 믿게 된다.

한편 청주시 도심에 위치한 충청북도 청사를 옮겨야 한다는 ‘도청이전론’이 충북도의회에서 거론되고 있다. 충북의 인구증가와 제반시설의 확대 추세에 따라 언젠가는 도청 이전이 불가피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는 큰 꿈을 살려 충청북도 도청의 청사진을 그려야 하겠다. 무엇보다 여민동락, 청풍명월의 명소로 자리하도록 각계의 참여를 기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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