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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고통지수는 A+로 치닫고 있다

용문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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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7.04 19: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미친 등록금⑤

“아서 오컨의 고통지수는 높을수록 삶의 고통이 커진다는 뜻”

1962년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컨(Arthur Okun)이 하나의 경제적 법칙을 발표한다. 이른바 ‘오컨의 법칙’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스탠포드 대학에 있을 때 오컨의 법칙을 이론적으로 증명해 낸 바 있다. 오컨의 법칙은 국내총생산(GDP), 즉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줄어들면 실업률은 1%포인트 올라간다는 것으로 성장률과 실업률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국민경제고통지수’라는 것이 있다. 오컨이 요즈음과 같은 장마철에 많이 느끼는 불쾌지수를 차용해 만든 것으로, 경제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고통지수는 보통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하는 방식을 쓴다. 거시경제 지표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국민들의 실제적인 경제적 고통의 크기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지수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물가는 비싸지고 실업자는 늘어 체감하는 삶의 고통이 커지는 것이다. 반대로 수치가 낮을수록 국민들의 삶의 질은 나아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새벽 4시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이마트 탄현점’ 지하 1층 기계실에서 냉동기 점검·보수작업을 하던 서울시립대 휴학생 황승원(22·경제학부 1년)씨가 동료 작업자 3명과 함께 숨졌다. 황씨 등은 마스크와 같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지난 5월18일 의무경찰 복무를 마치고서 겨우 하루를 쉰 뒤 바로 냉동기 보수업체에 일용직으로 취업했다고 한다. 2학기 복학을 앞두고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등록금이 사립대학 교직원의 연금이나 건강보험료로도 사용됐다. 연금이나 건강보험료는 현행법상 법인부담금과 개인부담금, 국가부담금 등으로 구성된다. 법인부담금은 학교경영기관 즉 법인(재단)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인이 부담금 전액을 낼 수 없는 경우에는 학교에서 부족액을 낼 수 있는 예외규정이 있긴하다.

하지만 많은 사립대학들이 이를 악용해 법정부담금을 낼 여력이 있으면서도 안 내거나 소액만을 내는 등 납부 부담을 사실상 대학에 떠넘겨왔다. 즉 등록금으로 이를 내게 했으니 직원들의 사회보장을 학생들로하여금 떠맡도록 한 것이다.

교육과학부가 최근 3년간(2007~200 9년) 전국 149개 사립대의 법인부담금 납부현황을 조사했더니 평균 납입률이 46.3%에 그쳤다고 한다. 재단이 내야 할 부담금 6755억 원 가운데 실제 납입액은 3126억 원이었다. 3400억 원이 넘는 액수를 학생들이 부담했다는 의미다.

특히 대전의 한 사립대를 비롯한 전국 45개 대학재단에서는 법정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올들어 우리나라의 고통지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 올랐고, 실업률은 3.2%였다. 따라서 고통지수는 7.3이다. 이명박 정부의 평균 고통지수는 7.1이고, 노무현 정부는 평균 5.6이었다.

대학생들의 고통지수는 얼마일까. A학점을 받은 학생이 나름대로 근거를 들어 A+학점으로 상향조정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욕심이 아니냐는 지적에 장학금 수령여부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이해가 됐다. 최고학점을 받지 못하면 등록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보면 이들의 고통지수는 A+로 치닫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법정부담금을 학생등록금에서 충당해온 학교 경영자들은 황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슴이 먹먹해진다.

법정부담금을 등록금에서 빼쓰지 못하게 하겠다는 국회의 법 개정 발의가 대학생의 고통지수를 낮춰주길 기대한다.

/손규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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