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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외식(外飾)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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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9.16 15: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화 있을진저 외식(外飾)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마23 : 27) 예수그리스도는 외식(겉만 보기 좋게 꾸미어 드러냄)하는 사람들을 회칠한 무덤 속 같다고 꾸짖었다.

당시는 사회지도층인 서기관(유대인들의 율법에 능한 사람 혹은 율법 교사나 해석자)들과 바리새인(3대 유대 분파의 하나. 모세의 율법과 부활, 천사, 영의 존재를 믿음, 위선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들은 성경에서 제시하는 각종 율법의 근본을 왜곡하여 자신들의 편리함대로 해석하고 생활에 적용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그들을 보고 회칠한 무덤 같다고 했다.

누가복음 18: 9~14에는 바리새인이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옆에서 기도하는)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번 씩 기도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라고 기도한다. 세리는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고 기도한다. 예수는 세리가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고 한다. 외식을 꾸짖은 것이다.

유대인들은 율법 준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온 어느 목사님의 이야기이다. 안식일에 이스라엘의 어느 가정을 방문했는데 날이 더웠다. 거실에 들어서자 주인이 왼쪽 벽에 있는 스위치를 켜 달라고 했다. 스위치를 켜니 천정의 선풍기가 돌아가고 시원했다.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이렇게 하찮은 일을 시키나?’하고 의아해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안식일이라 일을 하지 않는 율법 준수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유대인들의 율법 준수는 대단하다고 한다. 어떤 급한 일이 있어도 안식일에는 1km이상을 걷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율법을 잘 키키는 것은 좋은데 이 행위가 외식으로 변질된 것이다. 앞에 이야기처럼 나는 이것도 저것도 율법대로 잘 지키고 있다. 옆에 있는 이 세리(稅吏 : 유대가 로마 통치를 받을 무렵 세무 행정에 종사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관리. 당시 세리들은 로마 정부가 요구하는 액수 이상의 세금을 거두어 자기 몫으로 착복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부정한 죄인으로 낙인찍혔다) 보다 났다고 했기에 질책을 받은 것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는 것은 모두 옳고 남이 하는 것은 모두 잘못됐다는 말이다.

corban이라는 제도도 있다. 원래는‘하나님께 드리기 위해 거룩하게 구별하여 따로 떼어 둔 헌물’을 뜻한다. 그런데 바리새인들은 ‘고르반’이라는 맹세를 악용하여 그 맹세한 것이 부모를 부양하는 데 필요한 것일지라도 취소하지 않았다. 대신 이 맹세를 악용하여 부모에 대한 의무마저 게을리하다 예수께 위선자로 큰 꾸지람을 받기도 하였다(막 7:11).

과연 유대인들만 외식할까? 우리 삶을 되돌아 본다. 체면(體面) 때문에 하는 행동이 많지는 않을까? 이런 행위에는 진심보다는 상황에 따른 가식적 행위가 대부분이다. 가끔 결혼식이나 장례식장도 체면치레로 가는 경우가 있다.

가기 싫은 결혼식장에 소위 ‘눈 도장’ 찍으러 가서 ”행복한 가정이 되길“ 바라는 기원이 과연 그 효과가 있을지? 장례식장에 진심으로 상주들을 위로하고 슬픔을 나누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상주와 몇 마디 조문하고, 그리곤 밥상에 와서는 음주하며 웃고 떠들고 하는 모습에 더 큰 슬픔을 느낀다. 상을 받을 때도 그렇다. 상장보다는 부상에 관심을 더 가지며, 물건을 사다 보면 내용물 보다 포장 값이 더 들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정치가들의 정책도 그렇다. 쏟아지는 정책들을 보면 선심성인, 국민을 위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름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외식은 언젠가 그 실체를 드러낸다. 진심이 담긴 행위는 비록 당장은 가려진 듯 하지만 그 가치는 언제나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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