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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방지를 위해 숲을 파괴하는 토목의 역설

용문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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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7.18 20:13
  • 기자명 By. 뉴스관리자 기자

 

 

“디지로그는 이성과 감성의 만남, 차가운 기술과 따뜻한 정의 만남인데...”

소나무 숲이 사라진다. 청청한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 숲은 대개 마을의 역사와 그 연혁을 같이 한다. 마을 앞의 방풍림이기도 하고 뒷산의 방한림이기도 하다. 사람의 숨결과 그 태생을 함께 하면서 주민들의 삶을 담는다. 소나무 숲은 그 마을의 역사이며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충남 금산군 부리면 신촌리의 소나무 숲은 앞으로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부리면의 역사를 보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부리는 ‘불이(不二)’의 차음이다. 두개가 아닌 하나를 뜻한다. 고려말의 성리학자 야은 길재의 기개와 절개가 절로 뭏어 나온다. 야은은 이성계가 조선 건국을 하면서 참여할 것을 요청하자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초야에 묻힌다. 그래서 ‘불이’다. 소나무는 그 절개의 상징이다. 부리면의 소나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관련기사 본보 18일자 3면>

‘디지로그(Digilog)’라는 용어가 새삼 가슴에 닿는다. 전 문화부장관인 이어령교수가 사용한 단어인 디지로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첨단기술을 의미한다. 최근엔 이성과 감성의 만남, IT와 인간관계의 만남, 차가운 기술과 따뜻한 정의 만남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신촌리 소나무 숲의 사라짐은 디지로그의 실종이다. 감성이 뭏어나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만남도 기억하지 않는다. 탐욕만이 가득한 차가운 기술만 있지 따듯한 정은 흐르지 않는다. 토목공사를 위해 소나무를 베어내기 때문이다. 홍수를 막는다며 숲을 파헤친다는 것이다. 숲의 절반이 강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둑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익명의 가면무도회에서 가면을 벗어던지는 행위가 디지로그인데 신촌리 금강은 오히려 가면을 뒤짚어 쓰고 있는 것이다.

토목의 역설이다. 토목의 성공를 위해 산림을 파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홍수를 막기 위해 숲을 파헤친다는 것은 역설이고 모순이다. 세계에서 녹화사업을 가장 성공적으로 한 나라를 꼽으라면 두말없이 우리가 꼽힌다. 산림녹화의 모범국에서, 그것도 홍수방지를 위해, 또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소나무 숲을 파헤쳐 그 자리에 토목의 상징인 제방을 쌓겠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토목의 역설은 확대된다. 하천 준설과 정비로 대표되는 4대강사업의 금강 살리기현장에서 토목의 역설은 더욱 확장된다. 그 엄청난 폭우에서도 금강 하류지역의 홍수피해가 예상외로 적은 것은 하상을 준설한 토목 때문이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민과 환경단체로 구성된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은 준설로 유속이 빨라져 피해를 더욱 키웠다고 조근조근 반박한다.

‘불편한 진실’이다. 금강의 홍수피해는 1980년대 이후 거의 없었다는 것을 말한다. 대청댐이 생기면서 금강 하류의 홍수피해는 자취를 감췄고, 댐안의 수량조절을 위해 방류할 때 부여 등 하류지역의 농경지가 침수됐을 뿐이다. 4대강의 금강 살리기 사업과 최근 장마에 따른 홍수 피해여부는 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부리면 신촌리 소나무 숲은 금강가에 있다. 숲은 300년쯤 전에 생성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소나무 숲을 통해 불이면에 불이의 논리, 즉 토목의 역설 논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뿐이다. 금강에 대해서도 똑같다. 그 상반된 논리가 디지로그라면 인간적이라고 하겠지만 탐욕과 차가운 기술의 논리만이 가득하니 가슴이 뻐근할 뿐이다.

/손규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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