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으로] 소의 미덕
[문화속으로] 소의 미덕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21.02.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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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신축년 소의 해가 밝았다. 양력으로는 이미 2월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음력으로야 아직 정초니 새해 새 다짐을 해도 늦지 않은 시기다. 두 번의 설과 정월 대보름을 지나 다시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 되면 다시 한번 또 시작할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니 3월까지는 날마다 새날 새 시작인 셈이다. 올해는 흰소의 해라 하니, 왠지 더 깨끗한 시작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우리 민족에게 소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했던 과거 시대에 소는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며, 농부의 벗이며, 귀한 고기가 되어 주었다. 근대장편소설 ‘무정’을 쓴 이광수(李光洙, 1892~1950)는 그의 수필 ‘우덕송(牛德頌)’에서 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장난꾼 아이놈의 손에 고삐를 끌리어서 순순히 걸어가는 모양이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 같아서 거룩하고, 그가 한번 성을 낼 때 ‘으앙’ 소리를 지르며 눈을 부릅뜨고 뿔이 불거지는지 머리가 바수어지는지 모르는 양은 영웅이 천하를 위하여 대노(大怒) 하는 듯하여 좋고, 풀판에 나무 그늘에 등을 꾸부리고 누워서 한가히 낮잠을 자는 양은 천하를 다스리기에 피곤한 대인(大人)이 쉬는 것 같아서 좋고, 그가 사람을 위하여 무거운 멍에를 메고 밭을 갈아 넘기는 것이나 짐을 지고 가는 양이 거룩한 애국자나 종교가가 창생(蒼生: 세상의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자기의 몸을 바치는 것과 같아서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을 위하여 일하기에 등이 벗어지고 기운이 지칠 때, 마침내 푸줏간으로 끌려 들어가 피를 쏟고 목숨을 버려 사랑하던 자에게 내 살과 피를 먹이는 것은 더욱 성인(聖人)의 극치인 듯하여 기쁘다.”

소의 순수함과 거룩한 희생정신을 성인에게까지 빗대어 칭찬한 이 말이 공감되는 이유는 소가 지닌 여러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십이간지를 담당하는 지신(땅의 신)으로서의 소는 옛이야기에 의하면 가장 먼저 하늘나라에 도착한 동물이다. 세상의 동물들에게 하늘에 먼저 도착하면 상을 내리겠다는 옥황상제의 명에 따라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된 동물 중 소는 가장 먼저 도착한 성실하고 우직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꾀를 내어 소 등에 타고 온 쥐가 결승전 앞에서 뛰어내려 소의 일등을 빼앗고 말았다.

이러한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소는 묵묵히 이를 받아들였고, 북북동의 방향신과 새벽 1시부터 3시까지를 나타내는 축시의 주인공, 음력 12월의 수호신으로 등극했던 것이다. 소의 발이 두 굽으로 갈라져서 음을 상징한다는 점,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서 씨앗이 땅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모양과 닮았다는 점 등이 참고가 되었다고 한다. 곧 소는 인내를 상징하니 겨울의 기운이 소의 기운에 눌려 점차 봄을 불러온다고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가 유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소의 힘과 박력을 잘 보여준 화가도 있다. 화가 이중섭의 ‘흰소’시리즈가 그것이다. 이중섭은 소를 많이 그렸는데, 그의 소는 뼈대와 힘줄이 불끈거리고 움직일 것만 같은 힘찬 박력을 보여준다. 요즘으로 보면 미스터코리아 소이다. ‘소의 힘줄’이란 말처럼 질기고 힘센 끈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힘센 황소도 길을 가다 고개를 돌려 그 맑은 눈망울을 한 번 보여주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

농경사회가 한참 멀리만 느껴지는 21세기에도 소는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다. 돈 벌어서 소고기 먹는 것이 서민의 낙이 되어버린 현대의 모습이 예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소고기가 아닐지라도 소머리국밥, 곰탕 한 그릇 두둑이 먹고 나면 새 힘이 나는 것처럼 소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동물이다. 흰소의 해, 부정을 씻어내고 정화된 세상을 만들어줄 소의 기운을 받아 어서 빨리 모든 일상이 회복되기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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