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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을' 발달장애인·보호자, 훈육-학대 모호한 경계 속 병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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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3.17 17:28
  • 기자명 By. 황아현 기자
지난달 17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시청 앞에서 학대피해사례, 재발방지대책마련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17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시청 앞에서 학대피해사례, 재발방지대책마련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충청신문=대전] 황아현 기자 = "더 이상 훈육과 학대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고통받는 분들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대전 중구 모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원장이 발달장애인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 관련 종사자들도 이를 방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한 달이 지난 현재, 해당 원장은 사직 처리됐지만 사건을 방임해 수사 의뢰된 직원 3명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조사는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피해자는 새로운 시설로 옮겨졌지만 적응이 어려워 시설서 나온 상태며, 최근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피해자 측 관계자는 "힘든 상황이 우울증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만든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늦어지는 조사결과로 사건이 묻히며 '흐지부지'될까 우려가 크다.

장애인 관련 단체 관계자는 "경찰이 직원, 시설장 순으로 조사를 마치고 전수조사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곧 전수조사를 한다는 소식은 언뜻 들었다"며 "폭력 사실이 담긴 영상, 목격자가 있어 빠른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조사 결과가 늦어지고 시 차원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이번 사건이 흐지부지되고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17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시에 해당 시설 잠정 폐쇄조치, 시 추천으로 이뤄진 임시이사회구성, 장애인 이용시설 종사자 대상 주기적인 인권교육 등을 요구했다.

또, 지역사회 적응을 돕는 관련시설 확충과 피해자·가족들에 대한 긴급지원 조치 마련도 촉구했다.

시는 일부 사항에 대해 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인만큼, 피해자 측 관계자들은 조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시와 구에 따르면, 시는 피해자에 대한 활동지원·추가지원을 진행 중이며, 이달 보호시설 종사자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했다.

구는 중구 26개 장애인 보호시설 일부 장애인에 대한 인권실태 개별상담 진행, 피해자를 타 보호시설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기존 1년 2회 진행하던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정기 점검 외 불시 점검을 추가한다.

하지만, 시 추천 임시이사회 구성 등은 조사결과가 나온 뒤 결정할 수 있으며 시설 폐쇄는 해당 시설의 다수 이용자들 의견에 따라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이용자들이 해당 시설 내 폭력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 시설 내 남아있겠다는 것.

최명진 대전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상대적으로 '슈퍼 을'인 발달장애인과 부모는 폭력을 묵인·옹호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조치나 지속적 관리·감독이 잘 안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가족을 둔 보호자는 "지역 내 장애인 보호시설과 인력이 적고, 이들의 사회는 좁아 혹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나마 머물 수 있는 시설에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할까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예방이 중요하지만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 종사자 교육도 이뤄지지만, 현장서 실질적으로 잘 안되다보니 어렵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 관계자는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정기·불시점검을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피해자 측 관계자에 의하면 해당 원장은 현재까지도 폭력이 아닌 '밀친 것'이라고 일관하며 피해자 측에 합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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