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한은혜 기자 = 지역 고용시장이 '풍요속 빈곤' 현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구직자는 급증하고 있는데 정작 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어서다.
대전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최근 일감이 늘어 모집공고를 냈는데 전부 중장년 퇴직자들만 원서를 냈다”며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젊은 인력이 필요한데 난처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30일 지역중기업계는 이와 같은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지속될 경우 대전지역 고용시장 회복이 상당히 더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중소기업은 인력을,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불균형 현상이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청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조건과 기업이 제공하는 조건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
지역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이 대면 서비스업 등 취약산업에 집중됐기 때문이며, 또 구직단념자가 크게 증가한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공기업 취업준비생 유모(28)씨는 “코로나19같은 경기변동에 중소기업이 휘청 거리는 걸 내 주변만 봐도 알 수 있다. 해고된 친구도, 회사가 폐업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리스크는 크고 보수는 작은 중소기업을 가려는 청년들은 앞으로 더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등에서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채용으로 직원을 뽑고 있어 공기업과 공무원 모집에 지원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 미스매치 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산업 미스매치 지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1.1%로 평균치(6.4%)보다 큰 폭 상승했다.
이와 같이 실업률 상승과 취약산업 채용 축소가 지속되면 당분간 노동수급 불균형 현상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제계 전문가는 “중소기업이 지역산업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전 업황을 고려해 대기업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 유치가 중요하다”며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보여주기 식 지원이 아닌, 실질로 도움이 되는 직업교육 등을 강화해 산업간 고용재조정을 유도하고 노동생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