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권예진 기자 = "발굴 기간 동안 유족들은 매일같이 발굴현장을 지켜보면서 쪼개지고 부서지고, 총알 뚫린 유해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무너졌다. 한국전쟁 71주년 만에 골령골에 햇빛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2일 71년 만에 영면하게 된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유해 안치식에서 전미경 유족회장이 한 말이다.
산내골령골은 동구 낭월동 13번지 일원으로 한국전쟁 당시 제주 4·3사건 관련자, 국민보도연맹원 등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민간인이 집단 학살된 곳으로 최소 4600여 명에서 최대 6900여 명의 민간인이 이곳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해발굴은 지난 2007년 첫 조사를 시작했으며 올해까지 1240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날 안치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유족인사를 다음으로 황인호 동구청장 등 관계자들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황 청장은 "70년 전 억울하게 희생하신 영혼을 이제야 차디찬 땅속에서 밝은 곳으로 영면하실 수 있는 터로 옮겨 드린다"며 "유해수습을 하는데 그동안 상당히 오랜 시일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까지 다 수습을 해야 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화와 인권, 생명을 먼저 가신 이분들을 통해 더 절실하게 느낀다. 다시는 이땅에 한국전쟁과 같은 전쟁의 상흔이 나타나지 않기 위해 평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같이 만들어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민자 동구의회 의장은 "우리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긴무덤, 비극의 현장을 오늘 우리가 마주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가슴 아픈 역사를 반성하고 평화로운 미래의 공간이 될 진실과 화해의 숲 조성이 시작된다. 지난 세기의 깊은 상처가 아물고 금세기 평화와 번영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정근식 진실화홰위원회 위원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인 평화공원 조성 공사를 앞두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유해 발굴이 마무리돼 예정대로 국립 이용 시설이 조성될 수 있도록 모든 분들께서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는 이날 안치식 이후 세종 추모의집에 봉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