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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런 결정도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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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2.13 14:52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달력의 12월이라는 글자가 쓸쓸하게 한다. 매년 이때가 되면 후회하는 일이 많아지고 아쉬운 마음에 조금은 고독해지는 때이다. 그런데 올해는 고독을 넘어 뚜렷한 대상을 지칭할 수 없는 분노가 마음을 채웠다.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7000여 명의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위협하고 있는 지금 일상이 온통 불안하다. 거기다가 원하지 않는 단톡에 초대해 매일 정치권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삶이 걸려 있는 나라의 리더를 향한 어지러운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이 어지러운 마음을 잠재울 강력한 무엇인가가 필요한 요즈음이다.

마침 영화를 함께 보는 모임 회장이 어떤 영화를 보면 좋겠냐고 의견을 물어왔다. 영화를 검색하다가 바로 이것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를 발견했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작품이다. 여성 감독으로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이후 28년 만에 여성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가 이 영화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말에 이끌림을 당했다. 또 “괴물성은 규범이라는 벽을 밀어내는 무기이자 힘”이라고 수상 소감을 했다는 그 말의 매력에 빠졌다. 거기다가 사람들의 평이 나를 더 자극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기괴하다’, ‘보다가 중간에 집에 간 사람도 있다’, ‘도발적이다’, ‘상식을 뒤 엎는다’, ‘파격 적인 이야기’, ‘이해가 안 되는 영화’ 등의 평을 보고 나서 결정을 했다. 강렬한 무엇인가로 채우고 싶은 갈망이 괴이한 영화라는 ‘티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일요일 오전 8시 30분에 회원들과 만나 극장으로 향했다.

영화관을 들어가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백신패스관 이라 2차 백신까지 맞고 14일이 지난 후라야 들어갈 수 있다며 증명을 할 수 있는 QR코드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모임에 연령대가 높은 분들도 있어서 핸드폰으로 백신 증명서를 내려받는 것이 잘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역시 강렬한 영화였다. 영화의 삼 분의 일은 눈을 감고 봤다. 너무 자극적인 장면이 많았다. 같이 간 회원이 나오면서 끝까지 보는 것이 고문이었다며 불편해했다. 나 역시 그랬다.

영화의 줄거리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소녀 알렉시아는 귀 뒷머리에 티타늄을 심는다. 성인이 되어 클럽에서 외설적인 춤을 추는 댄서가 된다. 접근하는 남성 팬도 머리꽂이로 무참히 살해한다. 부모가 사는 집에 불을 지르고 개연성 없는 살인을 이어가다 결국 도망자가 된다. 알렉시아가 도주하다가 10년 전 실종된 소년 아드리안으로 변장한다. 실종된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 온 뱅상은 알렉시아를 보고 제 아들이 맞는다고 한다. 알렉시아는 자동차와 섹슈얼한 유대감을 경험하고 자동차와 인간이 결합, 임신한 상태였다.

뱅상은 지역 소방대장으로 관사에서 함께 생활하는데 알렉시아는 배가 불러오고 몸에서는 검은 기름이 흘러나오고 미칠 듯이 가려운 배를 긁어대자 피부가 벗겨지며 티타늄이 드러난다. 뱅상은 아들이 아닌지 알면서도 믿음과 사랑을 주고 알렉시아는 아이를 낳고 죽는다. 새로 태어난 아이의 등뼈는 티타늄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뱅상은 자신이 아이를 지키겠다는 말을 하고 영화는 끝난다.

감독의 말 “괴물성은 규범이라는 벽을 밀어내는 무기이자 힘”이라는 말이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해가 될 듯했다. 영화 전문가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신인류의 탄생, 자신들을 매료시킨 미친 걸작이라고 했다는데 난 한참을 더 곱씹어 생각해 봐야겠다. 하지만 뭔가 마음속에 일었던 알 수 없는 불안의 감정은 영화의 잔상으로 잊혔다. 일단 그것만으로 영화를 보려던 목적은 이루어졌으니 성공한 영화 보기였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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