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에는 총 5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복잡한 비유나 이미지 대신 진솔하고 편안한 시인의 목소리가 담겨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시인이 천착하고 있는 주제의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가령 인위적인 이미지와 ‘단축 키’가 지배적인 현대시에서 그의 시는 비켜서서 오랜 과거와 죽음 이후의 세계, 아니면 ‘이곳’에 잠시 찾아오는 철새들의 세계에 그의 시선이 머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고대와 현대를 이어진 시간으로 보는 인식에서 나타나는 생태적 관점도 정치적이거나 문명 비판적이기보다는 자연과 문명이 하나로 뒤섞인 채 현존한다.
정 시인의 이번 작품들은 자연과 인간의 막힘없는 교류, 경쟁이 없는 느린 노동, 아름다운 가족공동체, 인종의 경계를 뛰어넘는 ‘평화롭고도 존엄한’ 풍경을 그만의 언어로 풀어냈다.
오민석 평론가는 시집 해설을 통해 “정 시인의 생태 시학은 희망으로 절망을 다독이고, 아름다움으로 추함을 자성하게 하며, 강제 대신에 정겨운 동의를 유도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시인의 그런 태도는 비난과 미움과 증오의 정치학을 평화와 사랑과 존중의 시학으로 대체한다.”고 평하고 있다.
한편 정 시인은 충남 서천출신으로 대전에서 고교시절을 보냈으며, 현재 대전의 ‘백지시문학회’, 서천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