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새로운 삶을 사는 당신에게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01.10 14: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2022년 1월이다. 새해가 밝았지만 큰 변화는 없다. 여전히 정치판 뉴스는 어지럽고 코로나도 새로운 변이바이러스를 하나 더 추가하면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당분간 또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니 새해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작심3일이 되더라고 년 초에 일 년 계획을 세우고는 했는데 올해는 그 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와는 달리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지인이 공직생활을 마무리 한다고 밥을 한번 먹자는 연락을 해 왔다. 그런데 결국 먹지 못하고 말았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그 분과는 앞으로 좀체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출강하는 학교에서도 행사가 하나 있었다. 26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정년을 하신분의 퇴임식이 있었다. 의미 있는 일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대폭 축소한 행사를 해서 아쉬움이 컸다. 친정아버지도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기에 유독 마음이 쓰여 모든 일정을 내려놓고 참석을 했다. 조촐하기는 했지만 뜻 깊은 자리로 마련되었다. 26년 전 학생들과 함께 했던 젊은 교수님의 사진부터 그동안 학교에 대한 공로, 최근활동사진, 저서 등 꼼꼼히 정리해서 영상으로 그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은 영원한 직장은 없다고들 한다. 한 곳에서 오랜 세월 인생의 절반을 살아가는 일이 앞으로는 더 드문 일이 될 것 같다.

또한 누구에게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작게는 하루의 일과에서 넓게는 일년, 십년, 삼십년, 결국은 우리 삶이 마무리 되지 않던가. 그래도 수명이 길어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 많은 퇴직자들이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언니와 형부만 봐도 그렇다. 퇴직 후 언니는 향토해설사로 형부는 사진작가로 변신했다. 그러니 지인도 이 교수님도 새로운 삶의 계획이 있으리라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응원한다. 교수님 퇴직 기념으로 글을 써서 드렸다. 어쩌면 이것은 지난날 30여년의 교사 생활을 마감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그루 나무처럼 살아오신 교수님께

뿌리 깊은 나무가 있었습니다./꽃 좋고 열매 좋고/그늘까지 넉넉한
아름드리나무 한그루/등성이 지나 멀리 푸른 언덕 보이면
어디선가 들판을 흘러가는 맑은 물소리/당신의 모습입니다.

싱그러운 내음이 풍겨오곤 했지요./산새는 나뭇가지에서 노래 부르고
구름도 지치면 잠깐 쉬어서 가고/밤이면 빛나는 초록별에, 지새는 달까지
모두를 보듬어 준/당신 품이었습니다.

참교육은, 씨앗을 뿌리고/싹이 터서 자랄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라는데
당신은 비바람 속에 스스로도 어기찬 나무입니다.

한 점 씨앗에서 거목으로 뿌리박을 동안/하늘 밭 일구고 그늘을 넓히면서
일평생 배움의 나무 한그루 키워 오신/당신의 삶은 아름다웠습니다.

이제 교수님은 캠퍼스를 떠나지만/꽃이 있는 곳에는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새암이 깊은 물은 가뭄을 타지 않는 것처럼/어디서든 가르침을 펼쳐 나갈 분이시기에
그 계신 곳은 배움의 향기로 넘쳐나/고단한 나그네의 쉼터가 될 것을 압니다.

교육은 회초리를 사용하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수단이며
배움이 있는 하루가 배움이 없는/기나긴 날보다 낫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인사를 대신 합니다.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