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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평과 수직, 그리고 용적률

수평과 수직의 크기는 비례관계
공짜로 주어지는 용적률은 없어
환경성과 사업성의 공약수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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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2.06 12: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인류가 긴 수렵생활에서 벗어나 농경생활로 정착하면서 안식각을 유지해온 지구의 표면에 수평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경작의 편의를 위해서 굴곡진 지구의 표면을 깎아 평편한 농경지를 만들기 시작했고, 도시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그 수평의 규모는 점점 커져만 갔다.

수평을 만드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물론 수평만이 존재할 수 있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수평과 수직이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농경지 조성을 위해 수평을 만들면 그 수평의 끝에는 논둑이나 밭둑이라는 수직의 공간이 만들어 지고 산업단지와 주거단지를 조성하면 그 끝부분에는 옹벽과 석축이라는 수직의 시설물이 설치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수직은 수평의 규모에 비례하여 커지고, 이로 인해 자연경관을 해치거나 재해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평을 만드는 목적이 수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부지조성을 통해 수평을 만드는 이유는 여기에 수직의 빌딩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디벨로퍼(developer)들은 조금이라도 더 큰 규모의 수직을 세우기 위해 높은 용적률을 희망한다. 수평의 끝부분을 식재사면이 아닌 옹벽으로 계획하는 이유도 수평면이 넓어야 그 만큼 수직시설을 세울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종 개발사업의 허가과정에서 디벨로퍼와 허가기관 사이에는 이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즉 디벨로퍼들은 더 많은 수평과 수직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허가관청은 이를 줄여 더 좋은 경관을 유지하고 재해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완을 요구하거나 조건을 부여하게 된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 등을 통해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 기본용적률 외에 허용용적률과 상한용적률을 규정하여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허용용적률에는 대지 안의 공지, 친환경적 계획요소 등을 확보할 때 주어지는 인센티브용적률이 포함되어 있고 상한용적률에는 건축주가 대지면적의 일부를 도로, 공원 등의 공공시설로 제공하는 경우에 추가로 부여되는 용적률이 포함되어 있다. 즉 용적률을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를 해야만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이다.

결국, 개발사업의 인․허가때 정해지는 용적률은 수직과 수평의 규모가 사업성과 환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다시 말하면 공익과 사익간의 조화를 이루는 대안마련을 위해 더 많은 고민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어려운 과제인 용적률 확보에 다소 유연적인 운용이 가능한 제도가 있다. 이른바 개발권양도제(TDR·Transferable Development Rights)이다. 이는 토지의 소유권과 개발권을 분리시킨 개념으로서 개발권을 하나의 재산권으로 보아 다른 필지로 이전하여 추가 개발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제도 도입에 앞서 검토해야 할 법리적 쟁점과 준비해야 할 제반사항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국토면적 순위 109위권으로 전 세계 육지면적 대비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협소한 국토면적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고밀도의 개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항상 수직과 수평의 규모가 가져오는 함수관계를 생각하고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혜안으로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지만 도시는 사람을 만든 다’는 말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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