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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눈물 부자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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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2.08 14: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가지고 있는 돈이 많아 경제적으로 부자라는 호칭을 얻으면 좋지만, 눈물이 많아 눈물부자라니 생각하기에 따라 유쾌한 호칭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요즘같이 메마르고 피폐한 사회에서 눈물부자라는 호칭은 어쩌면 따뜻하고 참신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필자는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편이었는데 어머니의 별세 후 예전보다 눈물이 더욱 많아진 것을 느낀다. 눈물은 때로는 인간관계에서 서로 간에 멀고 격해진 감정을 완화하는 해결사의 역할을 하고, 또는 메마른 감정에 단비 같은 촉매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도 때도 없이 흘리는 눈물은 상대방에게 푼수처럼 보여 자제할 필요가 있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히 흘리는 눈물은 당사자를 인간적으로 보이게도 하고 산적한 문제의 해결을 앞당기기도 한다. 감성적으로 너무 메마른 사람은 차가운 철판처럼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호감을 사기 어렵고 눈물에도 인색하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감정의 교류에 눈물은 때때로 음식의 양념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구나 원하는 돈 부자가 아닌 눈물 부자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 상대방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고 때로는 인간적으로 보여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면서 눈물을 흘릴 때가 많이 있지만, 때로는 참고 견디며 무뎌져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나친 감정의 표현은 상대에게 너무 감성적이고 나약하게 보여 중요한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느끼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며 솔직하게 사는 것이 한편으로는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볼 수 있음에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지만, 현명하게 살기 위해선 적절한 감정 수위 조절로 과유불급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굳이 눈물이 많은 것이 나쁘지만은 아닌 것이 실컷 울고 나면 눈도 맑아지고 감정이 정화되는 시원함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서 눈물이 없는 몰인정하고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도 존재함에 마음이 착잡해지고 먹먹해진다. 남에게만 빈틈없이 철저하고 정확한 잣대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비정한 사람들은 당연히 인간적인 따뜻한 눈물을 보이는 경우가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는 자기연민에 흘리는 눈물도 때로는 감정의 배설이라는 측면에서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토록 눈물의 역할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눈물은 마음속의 괴로움 서글픔 두려움 안타까움 고마움 등의 감정이 밖의 따뜻한 햇빛을 받았을 때 나오는 수증기” 라고 누군가 표현했다.

그만큼 내적으로 따뜻한 감정이 움틀 때 자연스럽게 흘리게 되는 것이 눈물이다. 지금도 누구를 의식하거나 눈치 볼 것도 없이 그저 느끼는 감정에 몸을 실어보자. 폐지 줍는 할머니가 무거운 수레를 끌다 교통사고 당한 안타까운 소식에 눈물 흘리고, 꽁꽁 언 빙판길에 반려견을 내다버려 죽게 만든 사람의 비정함에 눈물 흘리고, 평생 김밥을 팔며 모은 전 재산을 불우 이웃에 기부한 어르신의 감동적인 사연을 접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려보자. 비판보다는 그 어느 때 보다 남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며 따뜻함의 표출인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간미 풍기는 사람이 되어봄은 어떨까! 때로는 눈물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면서 새로운 시야에 눈을 뜰 수 있게도 할 것이다. 그렇게 눈물을 걷어낸 후에 청량감 있는 새로운 희망의 내일을 다시 꿈꾸어 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다양한 고통을 겪으며 외로워하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눈물 흘리며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자비로운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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