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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 헌혈

권혜란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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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2.13 13: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권혜란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 원장
▲ 권혜란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 원장

안녕하세요, 대전세종충남지역 헌혈자 여러분! 설 명절 긴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명절인데, 코로나19로 여의치 않으셨을 듯합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연휴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또 최다 기록을 갱신했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 기세도 무섭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혈액원은 혈액 수급 위기의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길었던 설 명절 연휴, 동절기 한파, 코로나19 확산으로 헌혈 참여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매번 헌혈자 여러분들에게, “혈액 수급이 어려우니 헌혈에 동참해 달라”는 헌혈 참여 독려 문구를 보낼 때마다, 다시 한번 더 헌혈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헌혈이 필요한 이유는,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거나, 대체할 물질이 존재하지 않기에, 생명을 사고 팔 수 없다는 인류 공통의 윤리에 기반하여, 세계 각국은 혈액의 상업적 유통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헌혈해 줄 헌혈자가 부족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작년 말,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임신부 수혈을 위해 희귀혈액형인 Jr(a-) 혈액을 일본적십자사와 3번째 협업을 통해 긴급 공수했습니다. 희귀 혈액형인 Jr(a-) 혈액형은 1970년에 처음 보고되었으며, 수 천 명에서 수 만 명당 1명의 빈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Jr(a-) 혈액 2단위를 요청받았으나, 국내 희귀혈액형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하는 Jr(a-) 혈액이 없어 긴급하게 일본적십자사 오사카혈액원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지요. 이후, 특송 업체를 통해 적혈구가 손상되지 않도록 적정온도를 유지하며 혈액을 운반해 환자에게 무사히 전달하였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과거에도 희귀혈액형인 디바바(D--) 혈액을 일본적십자사로부터 공수하여 국내 수혈자에게 전달한 바가 있습니다. 2004년에는 과다출혈인 산모가, 2017년에는 감염성 식내막염 환자가 일본에서 건너온 디바바(D--) 혈액을 성공적으로 수혈 받았었지요.

먼 나라 호주에서는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 제임스 해리슨씨가 2주 마다 꾸준한 헌혈로 240만 명이 넘는 신생아의 목숨을 살린 일화도 있답니다. 해리슨씨는 어린시절 큰 수술을 받아 13ℓ의 수혈을 받았고, 건강해져 헌혈에 동참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헌혈에 참여한 해리슨씨의 혈액에서 매년 호주에서 수천 명의 아기를 죽게 했던 ‘레서스 용혈성’이라는 희소병의 항체 발견되어 산모들을 치료하는 ‘안티-D’ 백신을 만들었고, 꾸준한 항체 공급이 필요했습니다. 이때부터 해리슨씨는 호주적십자사에서 일하며 위기에 처한 산모와 아이들을 위해 혈장 헌혈을 해왔고, 2018년에 1,173번째 혈장 헌혈을 하며 ‘황금팔’ 할아버지로써 마지막으로 혈액을 기부했습니다. 해리슨씨의 헌혈 졸업 자리에는 해리슨씨의 헌혈로 목숨을 구한 아기와 함께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온 산모들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수 많은 사람들이 나눈 피가 생명을 살리고, 그로 인해 수백 만명의 환자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오늘, 헌혈에 참여에 대한 용기로 그 기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까운 적십자사 헌혈의집과 헌혈버스를 찾아 생명나눔 헌혈에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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