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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발(足)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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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4.20 14:5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나이가 들어가며 친구들과 만나면 공통적인 대화 주제가 있다. “제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여행 가자”와 “씹을 수 있을 때 맛있는 거 먹자”라는 말이다. 무심히 들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꼭 맞는 말이다. 걷지도 못하는데 관광버스 타봤자 버스 안에서 가방이나 지키는 신세가 될 게 뻔하다. 새삼 그 말을 되씹으며 발에 고마움을 느낀다.

요즘 들어 걸음걸이가 몇 년 전만 못해졌음을 느낀다. 속도도 줄고 보폭도 줄어든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유등천변 산책로는 100m마다 표시를 해서 거리를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100m를 125~130걸음으로 걸었다. 그런데 요즘은 135~140걸음이 된다. 그만큼 보폭이 줄었고 속도도 떨어진다. 가끔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어른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젊었을 시절, 왕성하게 활동했을 텐데, 나이가 들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마음 아프다. 그래도 아직은 걸을 수 있는 내 모습에 감사한다, 그렇지만 가게의 진열장이나 유리문에 비치는 구부정하면서 경쾌하지 못한 걸음걸이의 모습을 보면 ‘저 모습이 나인가?’하고 다시 보게 된다.

몸의 주춧돌인 발에 대해 그간 얼마나 감사했는지 되돌아본다. 보고, 찾고, 먹고, 만나고, 사는 등 일을 하며 눈과 손에만 감사한 것 같아 발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여름철이면 냄새난다고 타박만 했다. 손만큼 닦아 주지도, 영양 크림도 발라주지도 못했다. 며칠 전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을 다쳤었다. 1주 일여 절뚝거리며 걷다 보니 불편함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발에 대해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거칠어지고 갈라진 발바닥을 보면서 그간 발에 무심했음을 반성도 해본다.

몇 천만 원하는 고급 자동차도 타이어가 펑크 나면 움직이지 못하는 쓸모없는 자동차가 된다. 그런데 타이어보다는 엔진의 출력에, 차량 내부의 실내 장식 등에만 신경을 써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자동차의 발인 타이어에 관심을 두지 못했음을 반성해 본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타이어 판매장이 있다. 지난가을 자동차 타이어를 바꾸러 가서 “부모님의 자동차 타이어를 바꾸듯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좋은 글귀를 보았다. 그래서 그 매장을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했다. 장애인의 날부터 1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한다. 일부 정치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출근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실한 체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해마다 이맘때면 장애인 체험을 한다. 단순히 체험으로만 그치지 말고 마음 깊이 체득하여 장애인들을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아공의 Oscar Pistorius는 보철 의족을 착용하고 올림픽에 출전하여 입상하는 등 많은 장애인에게 희망을 준 육상 선수이다. 미국의 David Brown은 시각 장애인으로 100m를 10.92초에 뛴 기록을 세웠다. 멕시코의 미인대회에 출전한 아나 가브리엘라 몰리나는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없는 선천적 장애인이었다. 몰리나는 “장애(障礙)가 있지만, 나 스스로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금 불편했을 뿐 장애라고 여기지 않아요”라고 해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외신 뉴스에서 발췌)

다음 달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정권 교체기에 나오는 말이 있다 ”협치(協治)“이다. 그런데 지난 세월을 보면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진짜 협치가 되길 바라본다. 그래서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국민을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불합치하여 불균형적인 ‘장애정부’가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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