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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격리기간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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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5.09 16: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갑자기 세상과 일주일 격리란다. 그것도 기침과 몸살을 동반한 반갑지 않는 격리다. 오미크론 유행이 최정점을 지났고, 코로나19 방역이 풀리면서 여행지마다 사람이 가득한데 마지막 기차를 탔다. 일주일의 일정표를 보니 매일 한 두건씩 채워져 있다. 전화를 돌려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했더니 어차피 한번은 걸리고 지나가야 하는데 잘됐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야외에서 마스크도 벗는 이 시점에 감염이라니 억울하겠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편은 큰아이 결혼식을 앞두고 차라리 잘됐다며 숙제하나 해치운 기분으로 견디라고 한다. 코로나 양성판정을 먼저 받은 언니는 하루나 이틀만 앓으면 된다고 드라마 정주행이나 하면서 모처럼 휴가를 즐기란다. 언제 이렇게 마음 놓고 휴가를 일주일씩이나 받겠냐며 편히 쉬라는 전화를 했다. 큰아이도 3일째부터는 집안 대청소를 했다고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고, 작은아이도 통증이 없으니 밖에 나가고 싶어 답답한 일주일 이었다고 하면서 아프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했다.

그런데 4일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기침과 몸살로 끙끙 앓았다.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던 날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일주일동안 어떻게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야하나 아득했다. 꽃들은 지천으로 피고 초록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거리에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갈 것인데 나만 그들과 격리되어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억측을 하면서 일주일의 시간이 두려웠다.

정신을 차리니 오늘이 5일째다. 마치 4일이라는 시간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약 먹고, 약 기운에 취해 자고, 앓고, 또 자고 그랬더니 4일이 지났다. 가볍게 지나간다는 말을 믿고 드라마 정주행을 하겠다고 했던 생각을 하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거실로 나와 보니 오늘 분 음식이 식탁위에 놓여있다. 때 마침 시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하셨다. 남편은 어머니 간병을 해야 해서 나와 접촉을 꺼리고 슬쩍 들어와 음식만 사두고 나갔다. 입맛이 없어 냉장고에 넣어두기만 했더니 쌓인 음식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하니 너무 아깝다.

독일에서 시작된 음식을 나누는 푸드세어링은 남은 음식물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이웃과 나누는 음식물 공유 사이트이다. 이 운동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해 1년에 1천 톤의 음식을 아꼈다고 한다. 이들은 독일의 240개 도시에 냉장고나 선반을 설치해 음식을 나눴는데 그것이 ‘길거리 냉장고’의 시초이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독일은 ‘길거리 냉장고’를 통해 수십만 명이 음식을 공유하고 있다.

독일에서 시작한 길거리 냉장고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서울과 수원을 비롯한 전국에서 ‘공유 냉장고’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운영목적이 음식물 배출을 줄여 환경을 지키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돌본다는 목적이라 한다. 공유냉장고를 이용을 하면 자칫 소외계층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의 글도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 이용 후기를 보면 남은 음식을 함께 공유했다는 즐거움이 더 많아 다행이다 싶다.

우리나라도 한해 음식물 폐기량이 500만 톤에 가깝고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18조원에서 20조원이라고 한다. 그러니 공유 냉장고가 전국으로 더 확산되어 낭비되는 음식을 줄여 환경을 지키는 일로, 지역 주민들과 정을 나누는 공동체 정신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애초에 적당량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남는 음식이 있으면 공유하는 것이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틀 후면 자가격리에서 해제된다. 이렇게 앓고 지나가는데도 재감염 확률도 있다하니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날 날이 있기는 있을까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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