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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중고제 적벽가를 아시나요

최혜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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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5.23 15: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혜진 목원대 교수

지방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현대의 정치는 지역 자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앙 선거 못지않게 지방 선거가 중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줄 일꾼들을 잘 뽑아야 하는 것이니 심사숙고 해야하는 숙제다. 후보들은 각자 자신의 공약을 내세우며 여론 몰이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느 당을 찍을지를 고민하기보다, 어느 후보가 지역문화를 위해 일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정치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에는 먹고 사는 경제적 측면 외에도 복지나 문화, 교육, 예술, 보건, 교통 등 다양한 분야가 연결되어 있다. 이들 중 어느 것도 중요치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지역자치시대에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체장이 필요하다. 그 지역만의 문화분권을 확립하기 위해 역사성, 전통성, 특수성을 제대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경제적 이익은 물론 지역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충청지역은 예로부터 양반의 고장이었던 동시에 우리 전통예술의 발상지, 종가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충청지역에 고제로부터 이어진 판소리를 ‘중고제’라 한다. 판소리는 모든 성악이 집대성된 우리 고유의 민족예술이다. 양반과 서민이 함께 즐긴 최초의 문화이자 예술이었던 판소리는 그만큼 예술사적으로도 획기적인 신문화였다. 중고제는 동편제나 서편제 등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번성,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러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최초의 판소리 명창 최예운, 하한담은 모두 충남 출신이었고, 이 중 최예운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명창으로 벼슬까지 얻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을 충청도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18세기 최초의 판소리 명창이 탄생한 이후 20세기 초까지 이름을 날리던 예술인들 중 충청도 출신의 비중이 가장 많았다. 조선 후기 서산, 서천, 홍성, 공주, 논산(강경) 등 내포의 해로와 금강의 뱃길을 따라 시장과 도시를 중심으로 풍류문화가 융성했고, 판소리도 발전했다. 근대에는 교통의 중심지 대전에 근대극장이 생기며 명창들의 집결지가 되기도 하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모이고 상품이 잘 유통되는 곳에 문화도 꽃피고 예술도 열매를 맺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예술이 발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의 삶이 풍요롭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 중고제의 명맥은 아주 간신히 유지되고 있고, 그나마 충청의 소리가 중고제라는 것을 아는 이도 많지 않다. 하지만 중고제 알리기에 대한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충남문화재단은 2016년 이후 ‘중고제 맥잇기’ 사업을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중고제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학술연구와 공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중고제 복원 공모사업을 실시해 타지역의 명창들이 중고제 이동백 명창의 소리를 부르는 감동적인 무대가 공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중고제는 판소리 유파로서뿐만이 아니라, 충청지역 예술의 스타일을 일컫는 명칭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고제 안에는 충남의 소리와 춤, 음악이 함께 들어있다. 그러니 충청도 문화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중고제’는 필수적인 우리 지역콘텐츠가 되어야 할 때다. 기라성같은 중고제 명창들의 소리는 고음반 속에서만 그 단편을 감상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직접 전승이 거의 끊어졌고, 단편적인 소리만이 몇몇 소리꾼을 통해 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주의 박동진 명창이 중고제 명창들로부터 소리를 배운 바 있어, 중고제의 전통을 전하였다. 또한 근대 5명창 중 서천 태생인 이동백 명창이 부른 ‘적벽가’는 인간문화재 정광수 명창에게 이어져 현재 박성환 명창이 부르고 있다. 귀하디 귀한 충청도 소리제이다.

중고제 문화를 살리는 길이 충청의 전통예술과 문화의 독자성을 살리는 길이라 믿는다. 역사적 전통성의 뿌리가 충청 특히 충남임을 감안할 때, 그 기원이 충남에 있는데도 문화적 주도권을 잃는다면 그처럼 바보짓은 없는 셈이다. 도지사, 도의원, 시장, 시의원, 군수, 군의원 등 충청의 정치인들은 모두 중고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하고 충분한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보물과 인물들을 모른다면 충청의 문화예술은 계속 낙후된 채로 남을 수밖에 없다. 중고제의 정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당장 26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열리는 중고제 ‘적벽가’를 들으러 가보시라. 충청의 기상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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