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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이부답 笑而不答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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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6.12 10: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얼마 전 국민의 힘 정진석 의원은 자신의 SNS에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는 글귀가 적힌 액자 사진을 올렸고, 안철수 의원도 후보자 신분일 때 현 윤 대통령에게 질문은 했는데 ‘웃기만 할 뿐 답을 주지 않는다’고 ‘소이부답(笑而不答)’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렇듯 근래에 정치인들이 좋지 않은 의미로 자주 사용하는 부정적 사자성어 ‘소이부답(笑而不答)’의 글 속에는 다른 의미도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난처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슬며시 피함을 이르는 말을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표현하였는데, 긍정적인 측면에서 해석하지만 차라리 이럴 때는 유구무언(有口無言), 혹은 함구무언(緘口無言)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유구무언은 잘못을 저지른 입장에서 변명이나 핑계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경우를 가리키는 데 반해, 함구무언은 일의 잘잘못을 떠나 자신의 처지와 관련하여 항변할 수는 있지만, 자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하도 말장난을 하는 시대라 어설픈 내 눈에도 보인다. 모두 말을 아껴야 한다. 요사이 세상 구석구석에 자신도 모르면서 막 내뱉는 말이 허다하다. 일단 말하고 보자는 식으로 하는 말이 수두룩한데 정치권이 온상지이고 이 나라 정치인들이 주연급 배우들이다. 그리고 지금의 정치인들의 ‘소이부답(笑而不答)’ 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백의 마음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 같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내게 무슨 맘으로 청산에 사느냐고 묻기에, 웃고 대답 안 하니 마음 절로 한가롭구나.’ 원래 문장 속 내용을 풀이하자면 당나라 시인 이백의 산속에 사는 즐거움에 대해 자문자답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왜곡해서 생각해보면 은거하는 삶에 흡족한 마음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대답보다는 그저 웃음 짓는 것이 전원생활의 즐거움으로 일정한 말로 표현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답을 듣는 것만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백의 표현에는 어쩌면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고 남에게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 싫어하거나 곤란할 때의 태도 즉, ‘유유자적’한 마음의 상태로 설명한 것이 아닐까 해석된다.

제갈량의 처세술과 관련한 명언 중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그의 욕구를 이해하는 것이고, 한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것은 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성공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제대로 만족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길이며 다음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줄 때만이 그 사람을 감동하게 해 나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지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은 추태이고 파급력은 진정 대륙간 탄도 미사일 ICBM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의 말은 늘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으로 경청하고 나의 속마음은 늘 깊은 곳에 숨겨두고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소이부답(笑而不答)’은 제갈량이 자기 친구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데 정작 자신에 대하여 질문하면 그저 웃음으로만 답을 주었다는 유래에서도 비롯되었다고 한다. 제갈량에게는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웃음으로써 상대를 대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는 여유로움이 존재하였으며 제갈량의 웃음에는 항상 긍정과 부정이 함께 공존하면서 웃음의 이면은 자신만이 안다고 하였다.

세상을 살면서 어떤 대상에 대하여 비웃음을 주거나 가소로움을 나타내는 웃음을 주는 행위는 범죄다. 우리네 삶은 다 그렇다. 다 그렇게 가는 세월인데 웃을 뿐, 빙그레 웃고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 하지 않았는가! 무엇인지 모를 허전함이 담겨 있는 웃음일 수도 있겠지만 행복해지고 소중함을 떠올리게 하는 웃음은 코로나바이러스조차 숙연해지게 하는 우리들의 진실한 여유로움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니 그저 함께 ‘소이부답(笑而不答)’ 할 수 있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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