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속으로] 주접

이혜숙 수필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07.04 17: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혜숙 수필가

사람의 취미는 종류는 얼마나 될까. 티브이를 보면 상상할 수도 없던 취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별난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냥 대단하다란 생각이 든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여러 가지 취미랍시고 손을 대 보지만 잘하는 건 없고 그냥 조금 즐기는 정도에서 그치게 된다.

외출 기회가 줄어든 요즘. 일요일 오전이면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본다. 손녀를 키우며 너무 뒤처지는 게 아닐까하는 노파심에 요즘 젊은 사람들의 양육방법을 보고 배우기 위함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이 참 지혜롭다. 자상한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보니 내가 아이 키울 때와는 너무 다르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프로그램이 있다. 인기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의 모임이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을 챙기고 방송국 입구에 천막을 치더니 방송국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준다. 방송국주변을 깃발을 들고 돌면서 연예인 홍보를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다.

팬 활동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티브이에 나온 팬이라는 사람들은 남녀노소가 없는 것 같다. 한 가족이 모두 팬이 되기도 하고 어느 가족은 주변 친척들까지 모두 팬 카페에 가입해서 활동한다고 했다.

혼자만의 여행이 좋아서 다니다 보면 간간히 드라마촬영지란 팻말을 본적이 있다. 그렇다고 한 번도 그곳을 찾아간 본 적이 없다. 이제는 드라마 촬영지도 관광 상품이 되었다 생각할 뿐이었다. 그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갔던 장소를 찾아 여행도 한단다.

오래전에 겨울연가를 본 일본 여인들이 드라마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아왔다고 했다. 남편에 대한 사랑에 목말랐던 여인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드라마 주인공을 찾아온다고 했던 것 같다. 이웃나라까지 찾아와 팬이라며 외치는 그 여인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열성적인 어떤 남자 분은 오랫동안 우울증 약을 먹었는데 팬클럽에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약을 안 먹는다고 했다. 얼마나 좋으면 그럴 수가 있을까. 연예인 세 명이 사회자로 나와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한 배우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자주 짓는다.

나는 평생 저런 열정이 없었다. 그냥 좋구나! 정도로 끝났는데 저들은 어떤 마음에 저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내가 좋아해도 그 사람은 나를 모르는데 그래도 좋아질까. 이름만 들어도 함성이 터지고 사진만 보아도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정말 낯설다.

환갑을 넘겼다는 어느 여인은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얼굴에 살이 조금만 빠져도 금방 알고 눈물이 난단다. 팬으로서 알아야 할 것을 공부하는 곳도 있다. 어느 젊은 엄마는 자식이 고3이라는데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라며 연예인 사진으로 방을 도배했단다.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나는 어느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오래전 조카들이 어릴 때 연예인 사진을 방에 걸어둔 것을 보고 떼어내고 내 사진을 걸으라고 한 적이 있다. 너를 알지도 못하고 영상으로 보는 건데 그렇게나 좋으냐며. 그 사람 좋아할 시간이 있으면 공부하라고 호통을 쳤었다.

가수가 되었건 배우가 되었건 그 사람 인간성이 좋다면 나도 좋다하는 정도다. 요즘 어려운 환경에서 무명시절을 오래 보내다가 인기를 구가하는 가수를 사랑스런 마음으로 한동안 바라보았다. 한 일 년은 그들이 잘되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다가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만하며 되었다며 그걸로 끝이다. 아마도 나는 현실적이며 이기적인 인간인가보다.

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했더니 딸도 나처럼 그런 마음이었는지 저 사람들처럼 해 보고 싶은데 자기는 안 된다며 저들이 부럽다고 한다. 모전여전인가보다.

아픈 사람이 병이 나을 정도로 좋아하는 마음. 엔돌핀을 넘어 다이돌핀이 팍팍 솟나보다. 그들의 열정과 맹목적인 사랑을 배우고 싶은데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과의 교감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넓은 사랑의 마음이 부족한가. 그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부럽다.

연예인은 지친 몸도 정신적인 어려움도 팬들이 보내는 사랑으로 힘이 나고 어려움을 이겨낸다고 한다. 그들을 보면서 팬 심에 대한 열정이 부럽지만 아마도 난 그들과 같은 대열에 끼지는 못할 것 같다.

공감하지 못하는 가족은 의자를 차지하고 인상을 쓰고 있다. 가족의 팬 활동이 이해되지 않으면 검은 안경을 쓰라고 한다. 방송이 끝날 무렵이면 여전히 공감 못한다는 가족도 있지만 싫다고 얼굴을 찡그리던 가족도 연예인이 앞에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공감한다고 했다.

표현에 서툴렀던 우리가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세상이 되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활동하며 아픔까지 치유된다면 팬 활동도 좋을 것 같다. 주접이 풍년이라는 제목대로 비록 남들 눈에 주접일지라도 그들이 행복하다면 이미 그것은 주접이 아닐 것이다. 행복이란 남에게 폐가 되지 않고 무엇을 하든지 스스로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 나도 주접대열에 끼고 싶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