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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비교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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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7.20 17: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신약성경 마태복음 20장에는 포도원을 경영하는 농장주가 일꾼들을 찾아 일하게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포도를 따기 위해 아침 일찍(6시경) 인력시장에 가서 일꾼들을 모은다. 품삯으로 1데나리온을 준다고 약속한다. 일꾼이 모자라서 오전 9시경에 또 인력시장에 가서 일꾼을 모아온다. 품삯은 적당히 준다고 한다. 그렇게 12시경, 오후 3시경, 오후 5시경까지 일꾼들을 불러 모아 일을 시킨다.

일이 끝나는 시각이 되자 농장주는 오후 5시경에 온 사람부터 1데나리온의 품삯을 준다. 그렇게 3시에, 12시에, 9시에 그리고 오전 6시에 온 사람들에게 똑같이 1데나리온씩의 품삯을 준다. 그러자 오전 6시에 온 일꾼들이 불평한다. “나는 저 사람들보다 일찍 와서 일을 더 많이 했는데 왜 품삯이 똑같은가?”라고. 이때 주인이 말한다. “품삯을 1데나리온으로 약속했으니 그렇게 준 것이고, 저 사람들은 내가 내 것을 내 마음대로 주는 것이니 그대가 시비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 나라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이와 같은 예화를 들어 말했다. 조금은 아리송한 이야기이다. 억지로 따져서 늦게 온 사람들이 일을 더 열심히 했다느니, 늦게 온 사람들은 일의 결과가 좋아서라느니 하는 등등의 억측도 있을 수 있으나 그런 해석은 신학을 전공한 학자들이나 교회의 목사들이 할 일이고 필자가 읽은 대로 받아들인 것은 ‘“비교”하지 말라’라는 교훈이다. 약속했으면 불평불만을 하지마라는 것이다. 오전 6시에 일을 하러 온 사람은 1데나리온의 품삯을 위해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주인의 말대로 늦게 온 사람에게도 1데나리온을 주는 것은 주인의 마음이다. 나보다 조금 일했으니 나보다 품삯을 덜 받아야 된다는 비교는 자신만의 이기적인 관점이다. 이른바 ‘삐뚤어진 관점’이다.

비교는 논리적으로 동일한 조건일 때 해야 한다. 진시황(秦始皇)이 신하에게 웅계란(雄鷄卵 : 수탉의 알 - 불로 장생 약)을 구해오라고 했다. 명을 받은 신하는 고민 끝에 병이 날 지경이었다. 이때 신하의 손자가 진시황을 찾아가 할아버지가 아이를 낳느라 입궐하지 못한다고 했다. 진시황이 “어찌 남자가 아이를 낳는가?” 라고 하자 아이가 “어찌 수탉이 알을 낳습니까?”라고 반문하여 진시황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고사(古事)가 있다. 동등한 논리적 조건인 수탉과 남자를 제시하여 비교한 것이다.

우리 삶의 대부분의 비교는 논리적으로 동등한 조건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동심리학을 하는 학자들은 아이들을 키울 때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비교해서 나오는 결과는 우월감이 아니면 패배감이라는 것이다. 우월감에만 빠지면 독선적이고 패배감은 의욕 저하와 부정적인 판단을 키워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교해도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며 충분히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Jordan Bernt Peterson은 그의 저서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에서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과거와 비교하라고 한다.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것이다. 비교보다는 대비(對比)하여 차이점을 찾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좋겠다.

일찍 온 일꾼이 늦게 온 일꾼과 비교하여 ‘나는 품삯을 더 주겠지’라는 생각보다 주인과 자기 생각을 대비하여 ‘왜 품삯을 똑같이 주었을까’라고 생각을 해서 그 이유를 알고 보완하여 주인과 같은 마음을 갖추는 것이 한 단계 더 발전되고 성숙 되어 가는 수양의 과정이리라고 생각해 본다.

이제 겨우 초복이 지났다. 삼복더위가 기승이다. 이런 더위에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비교하여 stress 받아 더 더위 타지 말고 열리고 큰마음으로 넓고 크고 멀리 바라보며 통 크게 생각하여 마음의 시원함을 갖는 여름나기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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