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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자르기식 수사는 안된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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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12.04 11: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치권을 흔들어 놓을 일이 또 발생했다. 지난 10월 26일 아침, 서울시장 보궐선거 날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가 디도스 (분산서비스거부)공격으로 한 때 마비 됐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운전기사)인 공모씨 등 4명의 소행으로 밝혀져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의원 수행비서는 선거 전날인 지난 10월 25일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을 의뢰했다. 당시 해외에 체류 중이던 이 지인은 한국에 있는 회사 직원 2명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 이들은 좀비PC 200대를 동원해 한 때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다.

생각만해도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최근 수십년 동안 정당이나 국회의원, 주변 관계자들이 이 같은 선거방해 행위를 저지른 적은 없었다.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깨뜨린 이번 사건은 결코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범행 동기와 배후일 것이다.

아직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젊은 층이 주로 투표하는 아침 출근시간에 투표소나 투표율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선관위의 홈페이지를 다운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수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여당 의원이 부리는 사람이 국가기관을 사이버 테러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정치적 목적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돌출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경찰이 철저한 수사로 진상 규명이 되는 것이 급선무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는 20~40대 젊은 층이 야당 후보에게 높은 지지도를 보여 이들의 투표율이 높으면 여당 후보에게는 불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당일 오전 6시 15분~8시 32분 사이 선관위 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원인을 놓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수사로 당시 한나라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이던 최 의원은 자신의 운전기사로 의혹이 쏠리자 “날벼락 맞은 심정”이라며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맞기를 바라며 맞을 것으로 믿는다. 아무리 기성 정치권의 도덕성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해도 국회의원이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최 의원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해도 도덕적 책임은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자신이 기용한 보좌관, 비서들에 대해 포괄적 지휘, 감독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를 전담한 경찰도 최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검·경수사권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경찰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수사를 제대로 하기를 기대한다.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방해함으로써 국민의 신성한 주권 행사 결과를 왜곡시키려 한 점에서 매우 악질적이다. 경찰은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배후세력 여부 등 전모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사건의 파장을 의식해 꼬리 자르기 식의 시도를 했다가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임을 수사당국과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임명섭/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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