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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경제위기 구원투수 ‘탄소중립도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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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8.04 14: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도시는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작품이다. 인류 역사는 도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번영을 구가한 투쟁의 기록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무엇보다 도시는 번영의 토대였다.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살게 되며 상업이 발달할 수 있었고, 이는 르네상스와 같은 사회적 역동성을 창출했다.

반면, 역사의 고비마다 등장했던 위기는 도시를 진화시키는 촉매제로 삼았다. 근세에 발생한 흑사병과 콜레라는 성벽 축조와 상하수도 기술을 탄생하게 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인류는 공중위생에 기반한 근대화된 도시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비단 생태적 위기뿐만 아니라, 경제위기에도 도시는 구원투수가 되어 주었다. 1930년대 불어 닥친 세계 대공황은 도시재생과 낙후지역 개발 등을 담은 뉴딜정책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

21세기인 오늘날도 도시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했고,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방안으로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가 부상됐다. 인공지능 등 디지털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과 도시를 재구성하고, 이 과정에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여 생산성 향상과 경제회복을 이루자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2019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춤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까지 가세하며 인류는 생태·경제·사회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한 번에 발생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로 다시 도시를 주목하고 있다. 기존 도시를 디지털 기술과 환경을 융합한 ‘탄소중립도시’로 재편함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전염병으로부터 강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도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뜻한다.

그동안 도시는 자연을 배제하고 소비를 위한 공간이었다. 현재 과밀화된 도시 구조는 언제라도 제2, 제3의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고, 무분별한 소비 활동은 자원의 불균형과 자연의 자정 한계를 상회하는 오염을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도시는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며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의 주범이 됐다. 소비 중심의 도시 패러다임은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과 국제경제 질서 변동의 근원적 원인으로 주목된다. 이는 작금의 경기침체가 단순히 경제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 도시 시스템 등 전반적인 조건들과 결부돼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문제 해결의 첫 발은 도시 체질을 순환과 균형의 공간으로 개선하는 데부터 시작되고 세계가 ‘탄소중립도시’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다음 진화 단계를 ‘호모데우스’라 불렀다. ‘사피엔스’가 생물학적 진화를 의미한다면, ‘호모데우스’는 데이터 혁명을 통해 개개인이 집단지성으로 연결된 신인류를 의미한다. 산업혁명 이후 성립된 근대의 도시가 ‘탄소중립도시’로 새롭게 진화하려면, 인간 또한 호모데우스로서의 진화가 요구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들은 기존의 경험과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다. 그런 만큼,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도시’와 ‘4차 산업혁명’은 상호의존하여 발전한다. 디지털 전환은 조지프 슘페터가 이야기한 ‘창조적 파괴’와 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조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도시와 산업구조의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수요와 경제 생태계를 형성하고, 신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지혜롭게 포착한다면 경제발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등을 접목하여 도시의 모든 것을 데이터로 만들고 분석하는 일은 ‘탄소중립도시’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양질(Good)의 방대하고(Big) 전문적인(Thick)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AI로 분석하고 최적의 대안을 탐구한다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도시의 시대로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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