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서울] 최병준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주말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을 맹폭하면서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에 맞서 당내 내홍도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 대표의 이번 벼랑 끝 승부수는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친 측면과 함께 후일 도모의 계산까지 깔렸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당장 비대위 출범을 앞둔 여당내 신경전도 가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14일 별다른 활동 없이 상황을 관망한 이 대표는 15일부터 라디오·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적극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내일부터 라디오에서 우선 뵙겠습니다"라고 출연 계획을 알렸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까지 직격하며 작심발언을 쏟아낸 만큼 방송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윤핵관 측으로부터 탄압받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당을 향한 진정성을 호소함으로써 가처분 인용을 위한 여론을 형성하는 한편 만약 기각의 경우라도 재기를 위한 명분 쌓기를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2030 지지층 결집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해 '분노의 눈물'을 보이며 직격한 반면 당원과 국민을 향해서는 사과하며 허리를 숙이는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이 대표는 이번 주부터 '당원 소통 공간'을 마련, 여론전을 이어가는 동시에 징계 후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토대로 당 혁신 방안을 정리한 책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나와 "기각이 되면 당연히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당원을 배가하는 운동을 하실 것"이라며 "인용이 되더라도 어떤 (대표직을) 사퇴를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와 맞물려 이 대표가 자신의 사퇴 혹은 실각을 전제로 당권 재도전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당권 재도전은 물리적으로 전당대회가 징계 조치의 시효가 끝나는 내년 초 이후에 치러질 때 가능하다.
당장 전대 재도전 길이 막히더라도 이 대표가 재기를 위한 명분쌓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하지만 가처분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입지도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은 오는 16일 재판부에 가처분과 관련한 답변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당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은 통화에서 "'절차적 흠결이 없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핵관 그룹 및 당 지도부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반응을 삼가고 있다. 굳이 도발에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를 만들어 주지 않고 오히려 극언을 쏟아낸 이 대표의 자충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회견이 이준석 대표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이 깨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라며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