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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폐차와 튜닝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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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0.16 12:2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그저께 8년동안 타던 차를 폐차 처분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23만㎞나 탔다. 용역사 직원에게 자동차등록증과 키를 넘겨주자 내 곁을 떠나갔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있었다. “쓸쓸함”이다.

아직은 더 타도 된다. 언덕을 오를 때 트랙터 소리가 났다. 가속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차나 사람이나 바꿀 때가 되면 바꾸는 게 좋다. 하루만 더 타고도 싶었다. 양도하기로 한 그날이 훌쩍 다가왔다. “아쉬움”이다.

이 차로 자식들을 길렀다. 한겨울에 군고구마를 사서 귀가할 때도 얘가 태워다줬다. 덕분에 아직은 쫒겨나지 않고 산다. 제대로 세차도 하지 않고 다녔는데도 군소리 하나 없던 차였다. “고마움”이다.

자식들에게 “폐차(은퇴)되면 이런 기분일 거같다”고 했다. 시집간 딸이 ‘은퇴’는 ‘폐차’가 아니라 ‘튜닝’이란다. 맞나???

언어라는 게 나름대로 풍기는 느낌이라는 게 있다. 최근 입학자원의 감소로 대학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북대, 충남대 등등 거점국립대를 제외하고는 입시 쓰나미에 안전한 지방대가 없다. 지역거점국립대도 예외가 아니다. 경상국립대학교, 국립안동대학교 등과 같이 대학명의 앞이나 중간에 ‘국립’을 끼워넣는 지역거점대가 많이 생기고 있다. 수요자들은 가르치는 내용과 취업의 품질을 원한다. 대학의 때깔(옷이나 물건 따위가 눈에 선뜻 드러나 비치는 모습이나 빛깔을 의미하는 우리말)을 바꾼다고 입학생의 선호도가 바뀌어질 거 같지는 않다. 그래도 그들의 몸부림에 가슴이 찡하다. 지방사립대는 대학명 앞에 ‘태(太)’, ‘진(眞)’이라는 접두어를 붙일 수도 없고 참.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자 대열에 쏟아지고 있다. “비교적 젊은 노인”을 뭐라고 불러야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노인들에게 ‘실버(Silver)’라고 하면 별로다. ‘골드(Gold)’라고 하면 찜찜해 한다. 그렇다고 ‘Young Silver’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제격이다. 뭔가 찌들려져 있고, 무기력한 모습이 아니다. 건강하고 개성있고 활력이 넘치는 중장노년층이다.

10.28-29일 국립군산대학교에서 개최되는 한국자치행정학회, 한국비교정부학회 등 학술대회에서의 세션 중 “Active Senior and Beauty Health” 테마가 참 맛깔스럽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통합 신체활동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액티브 시니어의 외모관리 행동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발제 제목을 보니 뭔가 젊어지는 느낌이다. 상큼할리는 없지만 노인 특유의 노덴알데하이드 냄새가 나질 않는다.

모 국립대에 재직하는 동창생 여교수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남편이 다섯 살 위라 은퇴했는데, 허구한 날 거실에서 종일 TV만 본단다. 인근 딸네 집에 가서 점심도 먹고 오면 좋으련만 혼자는 못 가고, 자기만 졸졸 따라다닌단다. 연구능력이 탁월했던 교수였는데... ‘Active’하게 살자. 교수가 별건가? 그냥 내려놓으면 된다.

정년퇴임식을 거창하게 하는 교수도 있다. 제자들이 스승을 존경한다며 막무가내로 하자고 한단다. 100% 존경의 표시일까?? 후임들에게 부담주지 말자. 학술대회에 좌장으로 초대되는 경우가 많다. 수당을 챙겨주지만,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되돌려준다. 운행기록이 차의 품질을 높여주지 않는다. “구닥다리 내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거다. ”나이듦‘의 가치를 드러내는 순간 젊은이들로부터 왕따당하기 쉽다. ‘꼰대’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다. 꼰대 교수는 아직도 본인이 세상의 중심이고, 내 지식이 최고인 줄 착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학생들이나 후배들이 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외로워진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세월에 저항하는듯한 생각은 혼자만 하라.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한탄은 허리 힘 좋은 “나훈아”만으로 족하다.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남에게 부담주지 말고 엑티브하게 살자. “Active seniors are beautiful”.

‘튜닝’이 아니라 진짜 ‘폐차’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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