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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압사당한 이태원 청춘’, 정부는 없었다

황천규 취재1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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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1.02 11:04
  • 기자명 By. 황천규 기자
▲ 황천규 취재1부 국장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인 꽃다운 청춘 155명이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 10월 29일 핼러윈축제를 즐기기 위해 집을 나선 이들이 영영 귀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행정력이 조금만 더 세심했다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304명이 숨진지 8년만이다.

이같은 위험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챙기는 게 국가다. 재난안전법 4조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배치로 막을 수 없는 사고”라는 취지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답변은 가관이다. 고개를 수백번 조아려도 쉬원찮을 판에 공분을 자초한 처사다. 안이한 공직자의 전형이다.

외신들도 연이어 이번 사고를 타전하고 있다. 교황도 애도를 표했다. 우리 정부의 위상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망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식적으로 “죄송하다” 는 사과를 미적거린다. “주최측이 없어서, 매뉴얼이 없어서”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니 기가 막힌다.

우리가 꼬박 꼬박 세금을 내는 이유는 재난 등 수많은 위험 속에서 국민을 지켜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직무유기다. 제역할을 못한 정부는 세금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뿐 아니라 연일 보도되고 있는 안전사고는 사회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60, 70년대 경제 지상주의로 귀착된다는 시각이 있다. 산업화라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인명 경시 현상이 고착화된 것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이 희생됐다. 국부만 생각하는 나라에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국격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선진국은 아니다. 어는 순간 불의의 사고로 국민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면 모든 게 소용없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을 중시하고 그들의 안전이 최우선인 국가가 진짜 선진국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효율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좀 천천히 가더라도 사람이 우선인 그런 나라가 돼야 한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앞으로는 이태원 참사같은 사고가 되풀이돼선 안된다. 국민 생명이 위태 위태한 그런 국가는 존재가치가 없다.
단지 놀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가 덧없이 스러져간 155명의 청춘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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