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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시험(評價)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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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1.16 13: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2022년 11월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이다. 전 국민이 긴장하는 날이다. 아마도 각 가정의 가까운 친척 중에 수험생 한 명은 있을 듯하다. 고3 학생들로서는 피하고 싶은 인생의 첫 번째 큰 고비이다. 시험은 누구나 압박감으로, 벗어나고 싶은 일이다. 학교뿐이랴,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입사시험, 승진시험 등 어찌 보면 삶은 시험(평가)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결과가 좋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면 온 집안이 침울해지기도 하는게 학생을 둔 가정의 수능 때 모습이다. 학생들만이 아니다. 필자의 친지인 전직교사는 월말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학생 평가도 많아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일로 현직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단다. 시험지 평가가 말이 많아지자 ‘전인평가’라는 말로 학생의 일거수 일투족(?)을 평가하는 문장 기술식 평가가 도입됐는데, 한 두 명도 아니고 몇십 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생활습성, 교과 학습 진전 상황 등을 평가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어쨌던 시험(평가)은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의 지식이나 생각, 행동을 보여주고 점수를 받는 일이기에 과정이 끝나기까지는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님은 이 땅을 사는 모든이들이 공감하는 기분일게다.

2018년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지인이 ‘천연기념물센터’에서 ‘문화재알리미 : docent’를 선발한다고 알려주기에 신청을 하여 서너 달 교육을 받고 마지막 날에는 시연(試演)평가를 받게 됐다. 전시물 중 한가지를 지정하여 관객들에게 5분 정도로 설명하는 과정이다.

당시 필자는 ‘경남 진주 가전리 새 발자국 화석’에 대해 설명을 하기로 하고 원고를 작성하여 암기하며 연습을 했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암기도 잘 되지 않고, 하다 보면 몇 개의 내용을 빼놓고 하기도 하고, 말도 더듬게 되고, “어~”소리만 나오고….

그런 과정을 넘기며 시연 평가 당일 대기실로 갔고, 안내자의 호명에 따라 4명씩 평가장으로 들어갔다. 어찌 어찌 시연 평가를 마치고 며칠 후 선발 통보를 받아 도슨트 활동을 하게 됐다. 2019년에는 ‘대전시립박물관’에서도 도슨트를 모집하다고 하여 역시 교육을 받고 또 시연평가를 거치게 됐다. 천연기념물센터에서의 경험도 있고 해서 압박감은 덜하였으니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였었다. 우여곡절 끝에 평가를 통과하여 ‘대전근현대사전시관’과 ‘대전시립박물관’에서 도슨트 활동을 했다. 무엇보다도 도슨트 활동은 박물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전시물을 소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전시물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인상 깊게 전해 주기 위한 사전 조사·연구로 내 자신의 실력이 늘어간다는 점이 더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대전시립박물관에서 다시 도슨트를 선발한다고 하여 지원하고 역시 5·6월 교육을 받고 6월 17일 시연 평가를 치렀다. 몇 번의 경험이 있기에 “까짓거 뭐, 하면 되지”했으나 역시 평가이기에 엄습하는 스트레스를 억누를 수 없었다. 원고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출력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암기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시연평가 당일 아침 아내가 묻는다 “시험 본다며 자신 있어?”, “자신있지. 벌써 몇 년 째인데”말은 그렇게 해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잘 끝내고 수료증을 받았다. 7월부터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 나가 도슨트 활동을 한다. 이 나이에 시험을 치러야 하나? 하는 반문도 해보지만 이 나이에 이런 시험도 치르는 내 자신을 당당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올해 고3 학생들은 코로나의 최대 피해자 같다. 중학교 졸업식도, 고등학교 입학식도 제대로 못하고 코로나와 싸우며 3년을 보냈다. 고3 수험생들이 긴장을 풀고 자기 실력을 잘 발휘하여 좋은 결과를 얻도록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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