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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스님의 마음이야기] 세상이 인간을 버릴 수도 있다.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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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2.14 12: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요즘 뉴스에 월드컵에 대한 소식이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일들이 들립니다. 만약 지구가 기상의 변화나 자연적 재해로 인해 인간이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터전이 사라진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까요?

1999년 9월 21일에 대만에서 7.3도의 강진이 일어나서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내가 대만에 살기 시작한 첫해였기 때문에 그 지진의 느낌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지만, 그 정도의 지진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지진의 대피 요령이 몸에 익지 않아서 미숙한 편이었고 잠을 자다가 겪은 일이라서 침대가 흔들리는 그 시간에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텔레비전이 넘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붙들고 있다가 흔들림이 그친 후에 바로 잠자리에 다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층 사람들은 외국인인 내가 걱정되어 촛불을 가지고 와서 들여다보고는 태연히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이 한참을 얘깃거리가 되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산에 나무들과 흙이 흘러 내렸고 땅이 쪼개지고 집이 동강이 났다는 말을 듣고는 내가 얼마나 우매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의 그 풍경이 눈에 선하고 얼마 전 지나가면서 다시 보아도 10년도 더 된 일인데도 복구가 덜 된 그 모습과 나무가 사라지고 풀만 남은 산들은 내 마음을 굳게 만들었습니다.

2004년 12월 26일 9.1의 강진으로 인도양에서 일어난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또한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티의 피해와 칠레의 피해에서 시간적 간격을 보면 두 사건의 시간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남극의 얼음이나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일찍이 들어서 알고 있는 일입니다.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은 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 사실에 대해서 직접적인 느낌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인식을 못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신체도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인데 자신의 마음에 직접적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외부 세계에 대해서 인식이 부족한 점은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대만은 지진만으로 본 피해가 10년이 더 된 지금도 복구가 되지 않았는데 쓰나미까지 일어난 곳에 대해서는 솔직히 텔레비전의 화면만으로는 느낌이 절반도 오지 않습니다.

내가 여러 소식을 보면서 걱정되어 말하고 싶은 것은 다시 살릴 방법을 연구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주변을 돌아보고 에너지를 아끼고 공기를 대지를 오염시키는 행위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만약에 지구가 자신이 소유한 거실이고 마당이라면 그렇게 망가지고 병들에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 누군가의 이름으로 소유된 것은 아니지만 이 지구는 우리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공동으로 살아가는 공간이기에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내 것이 아닌데 어때?’라는 생각도 하지 말고 ‘내가 사는 동안은 괜찮겠지’라는 생각도 하지 말고 다 함께 노력을 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우리들의 지구가 있었기에 태어났고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었고 집도 짓고 여러 가지 살아가면서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경험했었고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수 있고 후손에게도 물려 줄 수가 있습니다. 뉴스에서 그런 참혹한 것들을 듣고 피해를 보는 것이 첫째로 중요하다면 다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서 모두가 노력하는 것입니다. 어디를 가나 무엇엔가 불만을 가진 자들은 많으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부터 개선하려고 하는 이들은 참 보기 힘이 듭니다. 스스로가 노력하고 도전할 용기가 없다면 그것은 어린아이의 투정과도 같습니다. 투정 부리는 아이보다는 실천하는 어른이 도덕 교과서의 글씨만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말로만 사랑하지 말고 진정한 마음을 하루 가운데 10분 만이라도 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상도 내 몸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선현들이
세계일화(世界一花)라 하셨으나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꽃잎은 진다.

*世界一花 : 세계는 하나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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