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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익어감이란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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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2.19 09: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계절이다. 12월은 매듭의 달이다. 무던히 앞만 보고 달려온 듯한 올해도 이제 달력 한 장만 달랑 남겨두고 세모(歲暮)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월이 익어간다. 그 세월이 익어갈수록 나의 삶도 우리네 인생도 익어간다.

사실 올 한해는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었다. 그리고 주위의 지적처럼 언제부터인가 나의 게으름으로 인하여 나의 소중한 시간을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의미 없이 흘려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익어감에 미련 두지 말고 잡으려고 노력하였지만 잡으려고 할수록 더 빨리 세월은 지나갔고 내 삶에 어느덧 벌써 겨울이 와 있었다.

살다 보면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고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며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어리석음이니 바로 내 자신이다.

가을이 깊어서 열매가 익어가듯 익어가는 우리네 인생길에,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소통하면서 아름다운 인생길에 예쁜 그림 한 페이지를 그려 보고 싶어지는 것은 욕심일까!

인생이란 홀로 걷는 나만의 길이지만 그런대로 걷을만하였다. 왜냐하면,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그 끝 지점에 나의 걸음걸이가 늘 멈추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니깐…

우리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익어간다. 그러나 단지 각자 어떻게 순응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익어감도 분명 다르다. 한 예로 누구는 나이 먹어감에 노인으로, 누구는 나이 먹어감에 어르신으로 변해간다고 하였다. 노인은 머리만 커가고 욕심만 늘어가지만, 어르신은 마음이 커가고 사랑과 배려심 그리고 삶의 지혜가 늘어난다고 하였다. 익어가는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하였다. 익어감에 따라 베풀 수 있는 삶, 마음을 나누는 삶 그런 삶이 되기 위하여 우리는 닦고 또 닦아 겉만 익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채워가도록 마음의 빗장을 늘 열어두어야 한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진실이라 하였으며 자신의 마음을 낮추어야 상대방의 진실을 얻을 수 있다.

감사해하며 겸손하게 살아가야 한다. 세상에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건 나이밖에 없다지만,세상에 공짜는 없다말이 더욱 정답인 것 같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성숙해지는 것이 확실하다면 나잇값 못 한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심리학자인 고든 올포트는 ‘성숙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서로에게 너그럽고 관대해지고 결과적으로는 차별이나 편견도 완화된다’고 하였다. 또 그는 ‘말은 폭력으로, 루머는 폭동으로, 가십은 학살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라고도 하였다. 역으로 해석해보면 미성숙된 사람이란 험담을 일삼고 속이 좁으며,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는 사람은, 성숙해질 만한 경험을 제때 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픔이 있는 것은 성장한다는 뜻이며 성장이 없는 것은 병든 것이나 죽은 것이니 모든 생명체가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서는 성장통을 경험해야만 한다. 미숙한 사람은 자기와 닮은 사람만 좋아하고, 성숙한 사람은 자기와 다른 사람도 좋아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미숙한 사람은 좋고 싫고를 따지지만, 성숙한 사람은 옳고 그르고를 선택한다고 하였다.

올해는 유난히도 바쁘다는 변명을 내세우며, 소중한 친구들을 외면하였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구름만 쳐다보지 않고 좀 더 성숙한 마음으로 구름에 가려진 태양을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익어가는 나의 미래를 내다볼 것이며 과거는 흐르는 세월 속으로 떠나보낼 것이다. 갑각류는 성장 과정에서 계속 탈피를 반복하며, 탈피의 힘든 과정은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갑각류는 나이가 들수록 껍질은 단단해지고 무거워져 탈피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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