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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우리의 아리랑’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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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1.16 13: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가족들과 공연을 보러 간 자리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소리꾼들의 모습을 보았다. 관객들은 한목소리로 ‘아리랑’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도 원래 즐겨 부르던 곡처럼 ‘아리랑’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무대 위 소리꾼들의 목소리인지 관객들의 목소리인지 구별조차 힘들 정도로 공연장은 ‘아리랑’ 노랫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어떤 힘이 모두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든 것인지 그날의 경험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신기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국악인이 된 지금, 공연에서 ‘아리랑’을 들려드리면 관객분들은 그때와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마음이 되어 아리랑을 불러주신다. 그때마다 진한 감동을 느끼며 다양한 아리랑을 체험해 보곤 한다.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듯 흥겹게 춤을 추시며 불러주시는 아버지의 아리랑, 감동을 받으셨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부르는 어머니의 아리랑, 너무 어려서 발음도 잘 안될 것 같지만 누구보다 신나게 부르는 어린아이의 아리랑, 예전의 필자처럼 모두가 같이 부르는 ‘아리랑’이 신기하다는 듯 주변 분들을 둘러보며 부르는 호기심 많아 보이는 사람들의 아리랑.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사랑받는 곡 ‘아리랑’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노래는 흔치 않다. 이렇게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리랑’이지만 기원은 확실치 않다. 국가기록관 민족의 노래 아리랑 내용을 보면 오래전부터 불렸을 거란 추측은 있지만 일부 아리랑 연구가들은 1865년 대원군의 경복궁 중수 때 전국적인 민요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원납전 강제 유통으로 인해 힘들어하던 백성들이 탄식하며 읊조린 ‘아이롱’이 아리랑이 됐다는 설이 있고, 고향을 떠나온 부역꾼들이 고향을 그리워해 슬픔을 달래며 불렀던 노래가 아리랑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사실 이마저도 학자들마다 견해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나는 사랑하는 님을 떠난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 밀양 영남루의 아랑낭자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한 노래에서 나왔다는 아랑 전설 등 확실치 않은 설로만 남아있어 그 뜻을 명확히 알 수 없는데도 ‘아리랑’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입에서 입으로 수백수천 년을 전해내려온 ‘아리랑’은 6·25전쟁 이후 암울했던 시대, 위로의 음악이기도 했고 일제강점기 수탈과 탄압을 피해 해외로 떠난 동포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온 희망의 노래이기도 했으며, 민족의 아픔과 항일정신이 담겨있는 노래이기도 했다.

요즘 ‘아리랑’은 힙(hip)한 옷을 입고 전 세계를 아리랑 문화권으로 아우르는 'k-소리'라는 하나의 거대한 담론으로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얼마 전 TV에서 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아리랑은 기립박수를 받았고 올림픽, 월드컵 시즌이면 강렬한 록 음악으로, 재즈, 힙합, 클래식, 무용, 뮤지컬 등 모든 장르에서 아리랑은 새로운 꽃을 피워 감동을 선사해준다. 뿐만 아니라, 서유석의 홀로아리랑, 이호연의 통일아리랑, 서도 밴드의 희망의 아리랑 등 새롭게 만들어진 아리랑은 멜로디와 장단이 다르게 작곡되기도 한다. 필자 또한 얼마 전 고향 예산의 사계절을 노래한 ‘예산 아리랑’을 발매하며 새로운 아리랑을 대중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다. 이렇듯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은 아리랑이 탄생하며 우리들 곁에 늘 함께 하고 있다.

우리가 ‘아리랑’이라는 노래에 공감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건, 변화하는 시대를 함께 겪어가며 삶의 애환과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아리랑을 부르거나 들으면 어느 날은 슬프고 처량한 ‘한’의 노래로 기억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소망을 품고 내일을 꿈꾸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희망의 노래로 불린다. 마치 어머니의 숨결처럼, 매일 먹는 밥처럼 우리네 삶 속에 녹아있듯 익숙한 것이다. ‘아리랑’의 힘으로 웃고 울고 즐기고 위로받으며 우리 모두가 오늘도 멋지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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