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고지은 기자 = 일본에 있다가 문화재 절도단에 의해 국내로 들어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에 대해 2심 법원이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1일 대전고법 민사1부(박선준 부장판사)는 서산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인 부석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1330년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에서 해당 불상이 제작됐다는 사실관계는 인정되며 불상은 제작과 함께 원시적으로 서주 부석사에 귀속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현재 서산 부석사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일본 관음사 역시 해당 불상의 소유권을 양수받아 취득했다고 주장하나 관음사를 세운 종관이 어떻게 불상을 양수했는지 증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사건 기록 자료를 보면 원고 주장과 같이 약탈해 불법 반출한 정황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으로 지정된 일본국 민법에 의하면 관음사법인으로 설립된 1953년부터 20년이 지난 1973년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도 취득시효 완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1심 이후 6년 만에 받아든 원고 패소 판결에 부석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원고 측 김병구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부석사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제출했고, 서산시에서 지표조사까지 했는데 같은 부석사가 아니라는 재판부의 결론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높이 50.5㎝·무게 38.6㎏의 이 불상은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일본 간논지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 현재는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서산 부석사는 '서주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1월 26일 1심은 여러 증거를 토대로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이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항소해 6년 만에 항소심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