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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어느날 갑자기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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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2.13 15: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나온다. 세계 각국에서 구조대원들이 파견되어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적적으로 구조 된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다. 먼 이국땅에서 일어난 이야기지만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비극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러더니 옆 동네 보은에서 2.3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니 지구촌 어디도 완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에 또 다시 긴장이 되었다.

튀르키예 지진이 발생하던 날 비몽사몽 꿈속에서 나도 지진을 겪는 꿈을 꾸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여행을 갔는데 리조트 앞으로 그림 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 잔잔하고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바다 옆으로 둘러싸여 있던 둑이 한순간 무너지면서 우리 리조트가 흔들리는 것이었다. 그 느낌에 너무 놀라 눈을 떴다. 마치 현실에서 아파트가 흔들리는 양 벌떡 일어났다. 너무 생생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을 청하려고 유튜브 책 읽어 주는 콘텐츠에서 ‘북경에서 온 편지’를 클릭했다. 멈추지 못하고 4시간을 듣고 났더니 아침이었다.

북경에서 온 편지는 오래전 읽었던 소설인데 주인공들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지진과 연관되어 4시간을 몰입해서 들었다. 결혼 전에 읽었을 때는 남편에 대한 마음이나 아이들에 대한 사랑 이런 느낌을 몰라서인지 그다지 재미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다시 밤을 세워가며 들어보니 엘리자베스의 절절한 마음이 내게로 전해졌다.

중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제럴드와 미국인 엘리자베스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북경에 정착해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중국에 공산혁명이 일어나자 제럴드는 그의 어머니의 나라 중국을 택한다. 그리고 미국인을 혐오하는 중국인들에게 아들과 아내가 피해를 입을까 걱정 되어 미국으로 보낸다. 그들은 잠시 헤어져 있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공산주의가 된 중국에서 제럴드는 영원히 나오지 못한다. 그가 선택한 중국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탈출을 시도 하지만 결국 총에 맞아 죽게 되는 줄거리이다.

엘리자베스는 북경에서 온 남편의 절절한 편지를 읽으면서 위안을 얻고 다음 편지를 기다린다. 그런데 북경의 남편으로부터 좋은 소식보다는 좋지 못한 사연들이 도착한다. 지식인이었던 제럴드는 감시 대상이었고 살아남기 위해 중국인 여성과 결혼을 한다는 소식과 당분간은 편지를 보내지 못한다고 전한다. 그 후 제럴드의 중국인 아내가 엘리자베스에게 편지로 남편의 소식을 알려준다. 그러다가 남편의 죽음을 알리고 자신이 제럴드의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도 전한다.

잠시만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결국 만나지 못하고 엘리자베스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긴 세월을 살아간다. 그들의 아들 또한 혼혈인으로서 겪어야하는 고통으로 방황하고 엘리자베스는 아들과 시아버지까지 보살피며 인내한다. 소설 속에서 엘리자베스는 마치 동양인 여성 같고 제럴드는 서양인을 더 닮은 듯했다. 그것은 펄벅이 중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서 그런 여성상을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먼 이국 땅 수많은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슬픈 소식이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오늘은 카카오 톡으로 지진지역에 옷들이 필요하다며 헌옷을 수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엇으로든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의류 수거에 동참해야겠다. 앞으로는 지구촌 어디에서도 이런 아픈 사건들이 일어나지 말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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