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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의지(依支) 와 의존(依存)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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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4.27 12: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다른 것에 몸을 기댐을 뜻하는 의지와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함을 의미하는 의존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결국 혼자가 아닌 타인과의 교류 및 소통 안에서 형성된다. 이런 의지와 의존은 개인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생각은 뇌를 의지하고 움직임은 다리를 의지하며 잡고 쥐는 것은 손을 의지한다.

그러나 IT 기술은 이런 의지의 대상을 사람이 아닌 기계로 이동시켜 버렸다. 그 시점은 아마도 2007년 스티브 잡스에 의해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하게 된 때부터라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2007년 이전의 세상은 바빴다. 우리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아침에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할아버지의 관절 통증을 통해 날씨를 예상했으며,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렸다. 학생은 선생님에게 배웠고 직장인은 선배, 선임자 등에게 관련 업무를 배웠다. 이런 과정 안에서 아부와 아첨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로 사람에 대한 의지는 사회생활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의 세상에서는 사람은 하루종일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부모님께 의지하고 친구들에게 의지하며 선생님께 의지하고 선배, 과장님, 부장님께 의지하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의 의지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일대 변화를 겪고 있다. 사람이 아닌 스마트폰에 대한 의지는 현시점에서 병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 3월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과의존 고위험군은 유아·아동(만 3~9세) 28.4%, 청소년(만 10~19세) 37%, 성인(만 20~59세) 23.3%, 60대 17.5%라고 한다. 하루 평균 7시간을 사용한다고 하는 데 평균이 7시간이지 아마도 종일 스마트폰에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허언은 아닐듯하다.

스마트폰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로 필자는 사람의 생각하는 능력, 사고하는 능력을 빼앗아 갔다는 점을 들고 싶다.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가족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는가? 또 외우고 있는 친구 전화번호는 몇 개나 되는가?
요즘 같은 시대에 머리 아프게 외울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이 항상 내 주머니, 내 손 닿을 곳에 있기 때문이다. .

뉴욕주립대 행동심리학 교수 이완 맥네이(Ewan McNay)는 우리의 뇌는 매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격렬한 지적활동을 할수록 더 많은 포도당이 소비되며 특히 기억 형성(memory formation)과 관련된 뇌 부위에서 에너지 소비의 주범이라 이야기 하고 있다. 워싱톤 대학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크(Marcus Raichle)교수 또한 사람 몸무게 중 2%에 불과한 뇌가 우리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뇌의 활발한 사용은 성공이라는 결과값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뇌를 의지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점점 더 많이 의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편함을 얻고 창조적 생각, 논리적인 사고를 잃었다. 모순이라는 단어가 떠 오른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끄자. 책상위의 컴퓨터 전원을 뽑고 에너지 소비 1등인 뇌의 움직임을 활성화해보자.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초등학교 1학년때 짝꿍을 떠 올려 보고 고등학교 때 하루라도 못 보면 진물이 날정도 였던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려 보며 밤새도록 읽으며 이루어질 수 없어 가슴 아팠던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을 떠 올려 보자.
나타나지 않는 친구를 또는 연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걱정하고 분노하며 또다시 걱정했었던 약속의 추억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에너지 소비는 낭비가 아닌 생산이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세상이다. 의지와 의존의 대상은 사람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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