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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5월에 물드는 생각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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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5.07 15:0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계절의 여왕이 5월이다. 가정의 달이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머금은 산천초목이 신록으로 우거지고 있다. 새하얀 이팦 나무 꽃 떨어져 흰 눈처럼 날린다. 샛노란 씀바귀 꽃들 옹기종기 피어 웃고 있다. 영산홍 철쭉 지고 나니 선홍빛 붉은 장미가 앞 다투어 피고 있다. 언제 추위에 떨고 있었냐는 듯 대지는 온통 푸르러 남녘에서 불어오는 훈풍에 물결치고 있다. 어떤 걱정도 없을 새들은 거침없는 날개 짓으로 파란하늘과 푸른 숲을 자유롭게 날고 있다. 정말 자연의 생명력은 경이롭고 신비롭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생명의 계절이다.

이 땅에서 삶을 영위하는 한 사람으로서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부심이나 사람다운 모습을 잃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뒤돌아보는 5월이다. 자연 앞에 부끄러움은 없었는지 반성의 거울을 비추어 본다. 험한 세파 속에 무엇으로 남아 무엇을 하기 위해 살아남았는가? 또 어디로 달려가야 할 것인지 조차 쉽게 가늠하기 어렵고, 숨길 수 없는 현실을 어찌 헤쳐 나갈 것인가? 보잘 것 없지만 이 한 몸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 얼마만큼의 역할을 했는지 자신에게 다그쳐 묻는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이 있기에 가정의 달이라 일컫는 5월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든 일 년 삼백육십오일 변함없는 존경과 사랑을 생활 속에 실천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기념일만이라도 적극적으로 장려하면 그것이 가치 있는 학습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함께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믿음으로 떠들썩한 5월 세상을 바라본다.

며칠 전 40대 가장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은 겨우 한 살밖에 안된 딸아이를 끌어안고 고층건물에서 투신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믿기지 않는 뉴스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와 유사한 사건사고들이 유행병처럼 이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까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나약해진 의지력에 삶의 무게를 덜어내지 못한 자포자기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사건들은 급격한 삶의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병리현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소중하게 지키고 가꾸어야 할 가족공동체와 사회공동체 붕괴현상에서 비롯된 것임은 좀 더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의 형제자매 가족들과 이웃들이 사지로 갈 수 밖에 없는 데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은 없을까? 캄캄한 밤을 밝혀 인도하는 등대와 같은 희망을 주지 못하는 국가와, 관심과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회의 책임도 일정부분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그러한 현상들이 더 광범위하게 심화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 정부도 사회도 더 많은 국민과 이웃들이 그러한 현실에 직면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길을 찾아야 한다. 한 층 더 푸르러 우거지고 형형색색 피어나 웃는 5월에 길이 보인다. 왜? 어떻게? 함께 살며 호흡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가슴이 넓은 숲이, 날마다 웃는 꽃잎이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내가 먼저 좀 더 가까이 다가서 손을 내밀고, 내 주머니 먼저 열어 나누는 마음 문을 열어, 사랑과 믿음으로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5월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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