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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비우는 삶의 경제

임성일 대전 온누리신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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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5.30 11: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임성일 대전 온누리신협 이사장
지난 석가탄신일 대체공휴일을 맞이하여 식구들은 연휴동안에 부산을 떨며 집안 청소와 함께 미니멀 라이프 미션이 시작되었다. 네 식구 모두가 입지 않는 의류와 오랫동안 신지 않은 신발을 정리하기로 했다. 재사용이 가능하다 싶은 의류는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를 통하여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재사용 나눔 가게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 동안 입지않은 옷과 신발이 네 식구 기준으로 볼 때 엄청 난 수량이라는 것을 내 놓고 보니 알게 되었다. 리스트를 작성하여 기부 물품과 버릴 물건을 정리했다.

다음 주말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에서 소위‘소소한 잔치’라고 명명하는 행사를 연다고 한다. 아파트 주민들과 소통과 화합의 시간을 갖는다고 하니 가족들과 참여하기로 했다. 특히 입주민 플리마켓을 열어 물물교환을 통한 나눔 행사를 갖는다고 하니 의미가 더했다. 작년 연말에 단체모임 행사장에서 행운권 추첨으로 받은 여행용 캐리어가 집안에 있다. 이미 잘 쓰고 있는 캐리어가 있으니 새로운 주인을 만나서 사랑 받게 해야 할 물건이다. 상표와 포장도 뜯지 않은 캐리어를 가지고 꼭 가야겠다. 또한, 탄소제로 캠페인을 통하여 친환경 소비생활과 체험부스를 운영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종류의 물건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물질이 넘치고 있어 과도한 소비를 부추긴다. 불필요한 물건을 줄임으로써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생활방식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회구조가 아닌가 생각된다.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물건을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게 가짐으로써 삶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겠다.

미니멀 라이프의 등장은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007년에 발생한 미국 최대의 금융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함께 미국 경제는 침체되기 시작하였다. 지속되는 장기 불황속에서 미국 사회 구성원들은 과거의 삶과 비교하며 무비판적인 소유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2010년, 조슈아 필즈 밀번과 니커디머스가 개설한 웹사이트 미니멀리스트가 나타나 영미권 사람들의 세계관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잘 나가던 20대 청년 두 명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와 명예를 내려놓기 시작하면서 목적이 뚜렷한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그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이트는 개설 1년 만에 방문자가 십만 명이 넘었고 각종 언론의 집중을 받기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한게 이 때쯤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도 '단샤리' 열풍이 시작되어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사회 풍습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소유한 물건이 적어지면 생활이 단순해지고,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며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소비나 사용 시간을 줄이면서 남은 시간을 본인에게 사용하면 자존감까지 높일 수 있다. 우리에게 물론 현실적이진 않겠지만 단순화된 삶으로 소비패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삶의 비용을 낮추어야 경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에 맞도록 적게 소유함으로써 물질적 소유의 부담에서 벗어나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생활 방식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고 지출을 줄여 보도록 해야겠다. 미니멀리즘은 시간, 공간, 식단, 인간관계 등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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